심재성(49)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기후에너지본부장 겸 탄소중립지원센터장은 ‘경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의 토대를 닦은 이색 환경운동가이다.
지난해 5월 경기도로 내려와 태양광발전소 등 공공 RE100 정책을 비롯해 햇빛자전거길, 기후행동 기회소득을 제안하며 도내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수립과 실행에 일조하고 있다.
◆ 박근혜·문재인 ‘수출의 탑’ 수상…박원순 시장 영향받아
지구를 위한 착한 행동에 지역화폐 등으로 보상하는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 가입자는 출시 석 달 만에 60만명을 넘어섰다. 가입자들은 걷기·줍깅·대중교통 이용·장바구니 사용 등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노력을 일일이 증명할 필요 없이 앱 속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혜택을 공유한다.
최근에는 대중교통시스템인 ‘경기패스’와 연계하고 ‘기후도민카드’를 따로 발급해 도민에게 추가 혜택이 돌아가도록 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심 본부장은 “연말까지 가입자 90만을 넘길 것”이라며 “공공 앱 가입 추세로는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 앱은 그가 환경부 산하 사회적협동조합 ‘괜찮아지구야’의 이사장으로 일할 때 동료들과 힘을 합쳐 만든 온트리(Ontree)가 기반이다. 실천 점수를 채우면 미션 달성자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어주는 식으로 보상이 이뤄졌다.
심 본부장이 이사장으로 활동하던 시절, 괜찮아지구야 캠페인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대표 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구온도 1도 낮추기 캠페인으로 불리며 5세부터 13세 어린이들이 환경운동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불을 댕겼다.
이 캠페인은 음식물 남기지 않기, 쓰레기 분리수거 하기, 일회용품 줄이기 등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도록 이끌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했다.
덕분에 그는 ‘한국의 툰베리’를 발굴하는 환경리더로 불리기도 했다. 스웨덴의 어린이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16세의 나이로 노벨평화상 후보가 됐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며 스웨덴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 ‘찾아가는 탄소중립 포럼’으로 탄소중립 인식 넓혀
“2018년 어린이들과 SNS로 환경운동을 시작했는데 한·중·일 등에 지부가 생기고 공유 캠페인으로 확대되면서 괜찮아지구야로 발전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만든 기후행동 기회소득 앱은 경기도에서 일하기 전부터 기획해 1년여 만에 출시했어요.”
심 본부장은 대학 시절 스타트업을 꿈꾸던 기업인 출신이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미용기기 회사를 창업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서울시 ‘챌린지 1000’ 프로젝트 참여 기업 중 매출 1위를 달성했고, 2016년과 2017년 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잇달아 ‘수출의 탑’을 받았다. 2018년에는 운영사가 정부의 스타트업 글로벌강소기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회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으로 기후위기 대응과 인연을 맺은 뒤 기업 대표와 대학 겸임교수,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으로 바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사 지분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이 길을 택했죠.”
박원순 서울시장 당시 중소기업정책위, 청년정책위 등에서 활동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경험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그는 현재 몸담고 있는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심 본부장은 “진흥원은 도내 유일한 환경·에너지 분야 전문 기관으로, 도내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며 “경기RE100이라는 정책을 통해 도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붙였다”고 했다.
이어 “2026년 6월까지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에너지만큼 해당 기관이 재생에너지를 생산토록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기관 컨설팅 외에 ‘찾아가는 환경교육’, 전력자립·에너지융자 등을 담은 ‘에너지복지사업’도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인구와 산업 밀집지로 에너지수요가 높은 경기도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