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군악대 연주도 최고네요.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될 것 같아요."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공원에서 만난 체코인 페테르 피슈테크(28) 씨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브뤼셀 여행 중이라는 그는 귀에 익은 멜로디를 따라왔다고 말했다. 한국 공군 군악대가 직접 편곡한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에 맞춘 타악기 퍼포먼스였다.
이날 공군 군악대원 50여명과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 무용단원 10여명이 버스킹 콘셉트로 기획한 공연은 13도의 비교적 쌀쌀한 날씨에도 300여명이 몰렸다.
사전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기에 군악대원들은 준비하면서도 내심 걱정했다고 한다.
군악대와 무용단원들은 1시간가량 국악가요부터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로 무대를 꾸며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특히 '천만 배우'이자 공군에서 복무 중인 임동현(배우 이도현) 상병도 군악대 일원으로 공동 사회자로 나섰고, 숨겨둔 노래 실력을 뽐냈다.
임 상병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 출연했고, 올해 열린 브뤼셀 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초청작인 영화 '파묘'를 통해 현지에서도 얼굴이 알려져 있다.
그는 연합뉴스와 만나 "저는 유럽에 온 것 자체가 처음"이라며 "(공연 내용이) 대본에 쓰여 있긴 하지만, 벨기에 문화를 잘 모르니 과연 음악에 공감해주실 수 있을지 걱정한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저희 연주를 좋게 감상해주셔서 놀랐고 감사하다"며 웃어 보였다.
1시간가량 공연이 끝난 뒤 일부 시민들은 임 상병을 비롯한 군악대원들과 앞다퉈 '인증샷'을 남겼다.
캐나다 출신인 리사 지엔가(30) 씨는 "어렸을 때 케이팝을 좋아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이 생겼고, 한국어까지 배우고 있다"며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색다른 경험이었고, 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했다.
공군 군악대는 앞서 이날 오전에는 브뤼셀에 있는 6·25전쟁 참전 기념비를 찾아 참배했다.
오는 5∼6일에는 항구도시 오스텐더에서 열리는 '제11회 벨기에 국제군악제'에 참가한다.
한국 등 5개국 8개 팀이 참가하는 군악제에서 각 팀은 악기를 연주하면서 대형을 전환하는 마칭(Marching) 형식의 군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박재경 군악대장(소령)은 "마칭 공연은 한국 문화를 보다 잘 알릴 수 있고 우리나라의 강한 정신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곡들로 준비했다"며 "두 달 동안 준비하면서 날씨도 덥고 부대에서 감기가 돌아 다들 정말 고생했는데, 군악제 공연까지 잘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