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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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생명력' 입체적 표현…애니 모리스 국내 첫 개인전

상실의 슬픔과 무상함, 다채로운 색과 불규칙 형태 통해 생명력으로 전환
국내 첫 개인전 위해 제작한 3m ‘꽃 여인’(Flower Woman) 조각 선보여
애니 모리스, 11월 2일까지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파랑색, 살구색, 보라색, 밤색, 녹청색, 갈색 ··· 다채로운 색상의 크고 작은 공모양 구체들이 절묘한 균형을 이루며 수직으로 쌓아 올려진 상태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영국 출신의 작가 애니 모리스의 대표작 ‘스택’(Stack) 시리즈다.

 

전시장 전경 일부.

2014년 첫 선을 보인 ‘스택’시리즈는 사산의 아픔을 겪은 작가의 경험을 녹여넣은 작품이다. 임산부의 배를 상징하는 동그란 구체는 생명의 기적과 불안함을 모두 담고 있다. 선명한 색감과 리듬감은 공간을 따뜻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 채운다. 월스트리트저널에서는 이를 ‘기쁨의 쌓기’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꽃 여인’(Flower Woman) 시리즈는 마치 마티스의 컬러풀한 드로잉을 연상케 한다. 뛰어난 드로잉 실력을 입증하듯 여성 신체를 유려한 선으로 간결하고 아름답게 그려낸 조각 작품이다. 꽃 형태의 머리와 임신한 여성을 상징하는 신체를 가진 강철 조각은 작가 자신의 초상화이기도 하다.

 

애니 모리스.

애니 모리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11월 2일까지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 WEST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스택 시리즈와 꽃 여인 시리즈, 태피스트리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다. 특유의 리드미컬한 여성의 생명력이 다채로운 색채와 동적인 형태로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들을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작가는 평면과 입체를 넘나들며 다양하게 활동한다.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그의 자동기술법적 드로잉은 직물 기술을 통해 태피스트리 시리즈로 확장된다. 린넨 위의 바느질은 파스텔이나 목탄으로 그린 것 같은 회화적 질감을 강조하는데, 이는 실 페인팅(Thread Painting)이라 불린다.

 

‘꽃 여인 Flower Woman, Cadmium Red’ (2024).
‘스택 3 - Ultramarine Blue Light’ (2024).

애니 모리스는 1997년∼2001년 프랑스 파리 에콜 데 보자르에서 이탈리아 대표 조각가 주세페 페노네의 지도를 받았고, 2003년에는 영국 런던의 슬레이드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