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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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해침꾼’으로 지목된 부산 강서구청장, 왜?

한글문화연대, “신도시 지구의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추진…외국어 남용 부추겨”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는 578돌 한글날을 닷새 앞둔 4일 ‘우리말 해침꾼’으로 김형찬 부산 강서구청장을 뽑았다. 한글문화연대는 “(김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신도시 지구의 법정동 이름을 지으면서 ‘에코델타동’이라고 외국어를 사용했다”며 “강서구의회와 전국 국어단체들, 부산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대했음에도 (김 구청장이) ‘에코델타동’을 고집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외국어 약자 국민의 알 권리를 해치는 외국어 남용을 부추겼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조감도

앞서 강서구청은 지난해 3월부터 강동동·명지1동·대저2동 일부가 신도시 지구(에코델타시티) 편입되는 구역에 대한 법정동 신설을 추진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대상지가 3개 법정동으로 나뉘어 있어 주소와 경계구역이 불명확한 만큼 하나의 법정동 신설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동 이름을 외국어로 한 게 문제가 됐다.

 

강서구청은 지난해 11월 주민 설문조사를 통해 법정동 명칭 후보군을 주민들에게 제시한 후, 각각 환경·생태와 낙동강 하류 삼각주를 의미하는 ‘에코’와 ‘델타’가 합쳐친 ‘에코델타동’을 법정동 명칭으로 최종 선정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추진되는 외국어 법정동인 만큼 ‘갑론을박’이 계속됐고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 외국어 명칭이 국어기본법과 국어 진흥 조례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강서구는 우선 행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행정동은 관할기관이 행정 효율성 차원에서 설정하는 주민센터 기준의 행정구역 단위를 의미한다. 법정동과 달리 행안부 승인 없이 자치구 조례로 신설할 수 있다. 다만 반발 여론이 변수다. 

 

대전시 관평동은 2010년 행정동 이름을 ‘관평테크노동’이라는 외국어가 들어간 동으로 지었다가 반발이 심해 석 달 만에 법정동과 같은 ‘관평동’으로 고쳤다.

 

강서구는 행안부에서 거부하자 구의회를 설득해 행정동 명칭을 ‘에코델타동’으로 먼저 정한 뒤, 법정동 신설도 재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뜻이 최우선”이란 김 구청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법정동 신설에 대한 행안부 심사는 연 1회로 내년에 재도전할 수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김 구청장과 비교될 ‘우리말 사랑꾼’으로 석금호 전 산돌 의장, 원광호 한국바른말연구원장, 이경우 서울신문 기자를 뽑았다. 석 전 의장은 한글 글꼴의 대표적인 개척자로서, 1984년 글꼴 전문 기업인 산돌을 세우고 최근까지 1000여 종에 달하는 글꼴을 개발, 보급해왔다. 초중고교에 무료로 글꼴을 배포하여 어린 시절부터 한글의 멋을 체험하도록 도왔고, ‘산돌 구름’이라는 온라인배급망을 만들어 글꼴 산업화에도 앞장섰다. 원 연구원장은 14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국회의원 명패 한글화 등 한글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힘썼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