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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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3분 진료? 영상의학과에선 3분 판독 중"

“법적 분쟁 방어용, 수익 보전, 환자 요구 등으로 불필요한 영상검사 남발”
“3분 진료라고들 얘기하죠. 판독 역시 요즘은 ‘3분 판독입니다. 환자를 직접 대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을 뿐, 과중한 업무에 대학병원 영상의학과는 3분안에 판독하길 강요받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영상의학회(사진) 기자간담회에서에서 황성일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익을 위해 CT, MRI 검사를 과하게 하면서 영상의학과의 판독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영상 검사 증가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현대 의학에서 영상의학적 검사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영상검사가 증가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수가 인하로 인해, 이를 보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영상 검사가 또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영상의학회는 “현재 의료분쟁 등의 여러 법적문제에서, 적절한 영상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의료진의 과실로 판정하는 경우가 많아,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고, 법적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방어의료의 일환으로도 영상검사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증상별, 질환별 영상검사에 대한 적절한 임상가이드라인이 없거나, 있어도 강제성이 부족한 탓에 검사가 남발되는 경향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불필요한 영상검사는 전체적인 의료비용 상승을 유도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응급을 요하는 환자의 진료가 지연되고 환자의 방사선 노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한영상의학회는 “CT의 경우에는 필연적으로 환자에게 방사선 노출을 초래한다. 비록 진단적 영역에서의 CT를 위한 1회의 방사선 노출은 년간 허용 방사선 기준치 보다 조금 높은 비교적 저선량이지만, 잦은 CT검사는 장기적으로 암발생율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으며, 특히 어린이는 방사선에 더 취약하므로 방사선 저감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성일 총무이사는 “대한영상의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공단 등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용실태 등의 연구를 통한 영상검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전향적 모니터링을 통해 영상검사의 적정성을 평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회장은 “의학한림원에서 시행하는 ‘현명한 선택’ 등의 캠페인에도 적극 참여하여, 불필요한 영상검사를 줄이기 위한 대중 홍보 및 의료진 대상 적정 가이드라인의 제정 및 교육강화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