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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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휴대전화 사용 범죄 기승…“급전 빌려 사이버 도박”

5년간 군사경찰 형사입건 범죄 1위 사이버 도박
2위 마약류 범죄·3위 딥페이크 범죄 등
“사건 초기 전문가 연계…신종 범죄 대책 필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에 따라 발생한 범죄가 최근 5년간 22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사이버 도박이나 마약 구매, 딥페이크를 활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어 군 당국의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병사가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는 모습. 뉴스1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달 30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내 군사경찰에 형사 입건된 범죄 건수는 사이버 범죄 2129건, 마약류 범죄 97건, 딥페이크 범죄가 18건으로 집계됐다.

 

휴대전화로 손쉽게 접근 가능한 사이버 도박의 사례가 월등히 많았다. 2022년 군대 내 299건이던 사이버 도박 범죄는 2023년 440건으로 1.5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육군의 A 병사는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 사이트에 접속해 700여 회 걸쳐 7000여만 원을 베팅하다 적발됐다.

 

군 생활 중 사이버 도박에 빠진 동료 병사들을 쉽게 볼 수 있다는 증언도 나온다. 육군의 한 부대에서 복무 중인 B 대위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장 때 직접 징계를 내린 후임병만 3명”이라고 밝혔다. B 대위는 “스포츠 토토뿐 아니라 여러 달팽이가 레일을 따라 경주하는 불법 레이싱 게임도 있었는데 동기와 후임들에게 빚을 지면서까지 그 도박에 빠진 병사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박 중독을 치료하는 커뮤니티와 민간단체 등에도 군인 도박 신고가 잇따른다. 2022년 9월 아들을 군대에 보낸 C씨는 “아들이 친구의 교통사고 합의금부터 치과 진료비용 등 다양한 이유를 들어 돈을 빌려달라는 연락을 했다”며 “(아들이) 동료 병사들에게도 돈을 빌려 결국 1000만 원 가까이 스포츠 토토에 탕진했다”고 토로했다.

 

스포츠 도박.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군인들의 도박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비행을 넘어 군 전체의 기강을 해치기도 한다. 입대 전까지 도박과 거리가 멀었던 이들도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조직 특성상 주변의 영향을 받으면 도박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홍림의 김남오 변호사는 “부대 생활관 10명이 단체로 전부 잡힌 적 있다”면서 “군 복무 중 도박에 빠진 병사들이 전역 후에도 도박 중독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사건 초기 전문가와 상담센터 등으로의 연계 대응 조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 장병의 마약류 범죄는 2020년 9건, 2021년 20건, 2022년 32건, 2023년 29건, 올해 8월까지 7건이 적발됐다. 딥페이크 범죄로 형사 입건된 경우는 2020년 1건, 2021년 15건, 2022년 2건 등이었다. 2021년 9월 D 병사는 민간 여성의 블로그에서 복사한 사진과 불상의 남녀가 성행위를 하는 사진을 합성해 자신의 SNS 계정에 게시했다가 입건됐다.

 

2022년 이후 현재까지 군 장병이 딥페이크 성범죄로 군사경찰에 형사 입건된 수는 없었다. 하지만 국방부가 8월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조사하고 있어 향후 관련 범죄 사례가 더 집계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신종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범죄 유형별 군 당국의 규제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용원 의원은 “사회와 마찬가지로 군대도 폭력, 갈취 등 전통적 범죄 양태에서 벗어나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를 중심으로 신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국방부를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고 신종 범죄 대응을 위한 대비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