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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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체류 교민·가족 97명 군수송기로 귀국… 30여명은 현지에 남아

공군 ‘시그너스’ 투입, 10개국 영공 날아 도착

레바논에 체류하고 있던 교민 96명과 레바논인 가족 1명 등 97명이 정부가 투입한 군수송기를 타고 5일 귀국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대상으로 한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레바논을 비롯한 중동 일대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다.

 

군 수송기가 4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재외국민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들이 탑승한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는 이날 낮 12시 50분쯤 성남서울공항에 착륙했다. 시그너스는 외교부 신속대응팀과 군 의무요원 등을 태우고 지난 3일 김해공항에서 출발해 4일 오전(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에 도착했다. 교민들을 태운 시그너스는 중동을 비롯한 10개국 영공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레바논을 떠나는 민간 항공편이 사라지자 군용기 투입을 결정했다. 현재 레바논 국적기인 중동항공(MEA)이 유일하게 현지 운항을 하고 있지만 표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영국, 독일 등 주요국 모두 자국민 구출을 위해 전세기나 군용기를 동원하고 있다.

 

이송 작전 전까지 레바논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교민은 대사관 직원을 제외하고 지난 2일 기준 13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작전 이후 레바논에 남아 있는 한국인 교민은 34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박일 주레바논대사를 비롯한 공관원은 철수하지 않았다. 레바논 한국대사관도 그대로 운영된다. 

 

레바논 체류 재외국민들이 4일(현지시간)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부는 현재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여행경보 3단계(출국권고)를 발령 중이다. 양국이 충돌하고 있는 접경 지역에는 여행경보 4단계(여행금지)를 내렸다.

 

2006년 전쟁 이후 국지전을 거듭했던 양국은 지난달 1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동남부에서 무선 호출기 테러를 가한 이후 전면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일 레바논 국경을 넘어 침공한 가운데 헤즈볼라를 배후에서 지원해온 이란까지 가세하며 중동 전체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가 4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국제공항에서 재외국민을 배웅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우리 정부도 레바논과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교민에게 가용한 항공편으로 조속히 출국해 달라고 권고해왔다. 정부는 민항기가 정상 운항 중인 이스라엘과 이란에는 군수송기를 급파하지 않았다.

 

‘하늘의 주유소’로 불리는 시그너스는 과거 위험 지역에 체류하는 교민 대피 작전에 여러 차례 투입됐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았을 때 국민 163명과 일본인 또는 그 가족 51명, 싱가포르인 6명 등 220명을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