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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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랑 싸웠는데 누나 집에서...” 동료 성희롱한 해경 ‘파면 적법’

클립아트코리아

 

동료 여경에게 성희롱하다가 파면된 전직 해양경찰관이 기관장을 상대로 낸 행정 소송에서 패소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전직 해양경찰관 A씨가 모 지방해경청장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그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송비용도 모두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2022년 2월 해양경찰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여성 해양경찰관 B씨와 술을 마시다가 “누나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되냐”는 질문을 했다. 자신이 아내랑 싸워 집에 들어가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그는 ‘동료 남자 경찰관 집에서 자고 가겠다’며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했다. 4개월 후에도 아내가 화나 잘 곳이 없다고 설명하며 ‘나 좀 재워줘’라는 카카오톡 문자를 전송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A씨는 동료 경찰관들과 함께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도 피해자의 신체 특징을 언급했다. 또 “(B씨가) 다른 유부남 직원과 그렇고 그런 사이다”라는 허위 내용으로 성희롱한 것이 확인됐다.

 

이는 B씨가 지난해 4월 동료 직원으로부터 ‘A씨가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며 알게 된 것이다. 그는 며칠 뒤 또 다른 직원 2명에게서도 비슷한 말과 함께 성희롱 발언을 전해 들으면서 감찰 부서에 A씨의 성 비위를 신고했다.

 

조사 결과, A씨의 성희롱 행위는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감찰 부서는 “A씨가 B씨에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성희롱 발언을 12차례 했다”며 “주변 동료들에게도 여러 차례 비난성 험담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사적으로는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하며 식사나 쇼핑을 하자고 요구해 공포심을 유발했다”고 판단했다.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그는 결국 지난해 9월 파면이 결정됐다. 이는 중징계 중 가장 수위가 높은 처분이다.

 

징계에 불복한 A씨는 ‘억울하다’며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다. 기각당하자 지난 1월에는 행정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소송 과정에서 “친한 사이였던 B씨에게 아내와 다툼을 말하며 신세 한탄을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A씨는 “징계 사유가 모두 인정된다고 해도 그동안 해양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표창을 받았다”며 “당시 행위를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파면은 너무 지나쳐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피해자에게 한 발언들이 성희롱에 해당하며 징계 역시 과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는 기혼 남성이고 B씨 미혼 여성이다”라며 “그동안 여러 차례 이혼 상담을 했다고 해도 ‘집에서 자고 가면 안 되나, 나 좀 재워줘’ 등의 발언은 피해자 입장에서 A씨가 성적 대상으로 자신을 생각한다고 느끼기에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성희롱 발언의 내용이 매우 악의적이었고,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도 극심했을 것이다”며 “근거 없는 악의적 비방으로 피해자 평판을 심각하게 손상했고 비위 정도가 심한 경우여서 강력한 징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가연 온라인 뉴스 기자 gpy1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