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애니’에는 대형견 한 마리가 등장한다. ‘콜리’란 이름의 3살 된 리트리버(수컷)이다. 극 중 떠돌이 개 ‘샌디’ 역을 맡아 열연(?)한다. 콜리는 고아원을 탈출한 애니(최은영·곽보경)가 거리를 헤매던 개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부터 나온다. 경찰이 “떠돌이 개 아니냐”며 끌고 가려 하자 애니는 자신의 개라고 주장하면서 이름이 ‘샌디’라고 둘러댄다. 경찰은 애니 말이 맞는지 둘을 멀리 떼어 놓고 시험하는데. 긴장한 애니가 “샌디” 하고 부르자 콜리는 반갑게 애니 품으로 달려든다. 경찰이 의심을 거두고 사라진 후 애니와 샌디는 단짝 친구가 된다.
6일 ‘애니’ 제작사 와이엔케이홀딩스에 따르면, 무대 경험이 처음인 콜리는 사전에 전문 훈련사를 통해 무대 위에 설 만한지 평가받고 합격한 뒤 전문 교육시설에서 두 달간 집중 훈련을 받았다.
먼저 2주가량 무대 동선을 익힌 뒤 한 달 동안 애니 역 배우들과 실제 공연과 유사한 환경에서 연습했다. 특히 콜리가 애니 역 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 만큼 서로 깊은 친밀감을 쌓도록 다른 배우들은 가급적 콜리와 접촉하지 않았다. 반면 최은영과 곽보경은 연습 시간 외에도 콜리와 함께 산책하고 간식을 주면서 ‘앉아’ 등 기본 지시를 따르도록 가르쳤다.
무대에서 콜리의 동선과 퇴장은 별다른 수신호 없이 진행된다. 애니가 “도망가” 하면서 끈을 놓으면 달리고, 애니가 앉아서 팔을 벌린 채 “이리 와” 하면 달려와 안기도록 했다. 만에 하나 콜리가 공연 중 반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최은영과 곽보경은 콜리가 좋아하는 간식을 소지하고 연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은영은 “(처음에는) 콜리가 대형견이라 저랑 몸무게가 비슷하고 서면 키도 비슷해서 컨트롤(제어)하기가 살짝 어려웠지만 지금은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해롤드 그레이 만화 ‘작은 고아 소녀 애니’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 ‘애니’는 대공황이 닥친 1930년대 뉴욕의 한 고아원이 주요 배경이다. 고아지만 언젠가 부모를 만나게 될 것이란 희망을 품고 사는 애니와 애니를 괴롭히는 주정뱅이 고아원 원장 해니건, 애니를 돕는 억만장자 워벅스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5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 ‘애니’는 아역 배우들의 곡예를 더한 안무와 LED를 사용한 화려한 무대미술 등으로 한층 볼만해졌다. 특히 아역 배우들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 연기를 보는 재미가 크다. 1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뚫은 애니 역을 비롯해 초등학교 2∼6학년(만 7∼11세) 배우 20명이 10명씩 번갈아 출연한다. 남경주와 송일국(워벅스 역), 신영숙과 김지선(해니건 역)이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다.
최은영과 곽보경은 “희망을 잃지 않는 애니처럼 관객들이 ‘애니’를 보면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담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은 2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