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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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사롭지 않은 삼성전자 위기… 내부 혁신으로 돌파하길

‘국민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지난달 코스피 시총 비중이 2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9월 유가증권시장 내 삼성전자 보통주와 우선주를 합한 시총 비중은 20.72%다. 2022년 10월(20.32%)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주력인 반도체 사업이 부진을 겪은 데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시장 주도권을 SK하이닉스에 빼앗긴 영향이 크다. 최대 고객인 엔비디아 납품이 늦어지면서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주력 사업의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혁신과 도전으로 미래를 책임질 먹거리 발굴이 시급하다.

삼성의 위기는 국내외 증권가의 암울한 전망에서도 읽힌다. 맥쿼리증권의 목표 주가는 12만5000원에서 6만4000원으로 반 토막 났다. 국내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도 10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9월에 이어 10월에도 주가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2일에는 장중 6만원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한때 거론된 ‘십만전자’는커녕 ‘오만전자’라는 말까지 나왔다. 8일 나올 3분기 잠정실적에서 SK하이닉스에 반도체 부분을 추월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한 기업만의 일로 가벼이 넘길 게 아니다. 삼성의 부진은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30년간 지켜온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안주해선 안 된다.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인텔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는 반도체 분야 매출에서 부동의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던 인텔은 미래예측에 실패하고 변화를 거부했다. 반도체 최강자라는 자부심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며 기술개발에 소홀했다. 삼성이 뼈를 깎는 혁신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던 것과 같은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일부 부서에서 이뤄지던 임원의 주 6일 근무를 관계사로 늘리는 식의 접근으로는 안 된다. 현 위기가 임원들 근로시간이 짧아 생긴 게 아니지 않은가.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전자의 첫 파업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수직적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성이 최근 과감한 문제 제기를 통한 해결과 조직 간 시너지 조성을 위해 직급과 무관한 소통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를 천명한 건 다행이다. 삼성의 분발을 촉구한다. 정부·국회도 규제혁파와 설비·연구개발(R&D) 지원으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