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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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난 고영표 체인지업… “마법은 내 손 끝에서 시작된다”

2024년 시즌 부상·부진 털고 WC·준PO 등서 호투 빛나

지난겨울 KT는 사이드암 선발투수 고영표에게 계약 기간 5년 총액 107억원(보장금액 95억원+옵션 12억원)의 대형 계약을 안겼다. KT 구단 역사상 첫 비자유계약선수(비FA) 다년계약이었다.

KT의 선택은 합리적이었다. 2018년까지는 평범한 투수였던 고영표는 군 제대 후 복귀한 2021년부터 KT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직구 구속은 시속 130㎞ 중반대로 평범한 수준이지만, 고영표는 리그 최강의 마구로 꼽히는 체인지업으로 좌타자, 우타자 가리지 않고 잡아냈다. 2021년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로 생애 첫 두 자릿수 승수에 성공한 고영표는 2022년 13승8패 3.26, 2023년 12승7패 2.78을 기록했다. 3년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회 이상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이 고영표였다.

KT 고영표가 지난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LG와 1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뉴시스

몸값이 수직상승하며 ‘귀하신 몸’이 된 첫 시즌인 2024년은 고영표에게 부상과 부진으로 얼룩진 한 해였다. 올 시즌 18경기에 등판해 6승8패 평균자책점은 4.95에 그쳤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시기인 가을에 고영표의 체인지업이 춤을 추고 있다. 가을 들어 자신의 클래스를 완전히 회복하며 왜 KT가 그리 큰 금액을 안겼는지 몸소 증명해내고 있다.

고영표는 5위 수성 여부가 달렸던 지난달 28일 키움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5이닝 1실점의 역투를 선보였다. 이틀 쉰 뒤 지난 1일 열린 SSG와의 5·6위 결정전에서도 불펜으로 나서 1.2이닝 1실점으로 KT의 승리에 힘을 보탠 고영표는 하루 쉰 뒤 지난 3일 열린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또다시 불펜으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사상 첫 정규리그 5위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을 이끌었다.

고영표의 팔은 쉬지 않았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5일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선 선발 등판에 나섰다. 일주일 새에 4경기나 등판하는 강행군 속에 지칠 법도 했지만, 고영표는 씩씩하게 마운드에 올라 4이닝 3피안타 1실점의 역투로 KT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역대 5전3승제로 치러진 15번의 준PO에선 1차전 승리팀이 PO에 오른 것은 11번으로, 그 확률은 73.3%에 이른다.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는 고영표의 전천후 등판 덕에 이강철 감독의 투수진 운영은 한결 편해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