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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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도 野도 “수당 삭감” 총선 공약 외치더니… 법안 발의 ‘0’ [심층기획-국회의원 세비 ‘셀프 특혜’]

수당 인상 등 의장에 조정권 위임
수급권자 의원이 셀프 보수 결정

평균 보수 1인당 국민소득의 4배
美하원 2.6배, 英 2.3배 비해 높아

22대도 ‘특권 내려놓기’ 공염불
세비 성과급제 등 논의조차 없어

정부 2025년도 3.18% 인상안 제출

국회는 세비가 과도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면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공무원 보수 조정비율 내에서 정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현재 국회 보수는 기획재정부가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맞춰 국회 예산을 편성하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운영위원회가 예비 심사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본 심사를 한 뒤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되는 구조다. 곧 정부가 공무원 보수인상률에 맞춰 국회예산안을 짜 오면 국회가 의결하는 구조라는 입장이다.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규칙에는 수당 인상 등은 국회 규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 전부다. 수당과 입법활동비에 관한 규칙은 모두 ‘법이 바뀔 때까지’(수당), ‘국회 규칙이 바뀔 때까지’(입법활동비) 국회의장에게 조정권한이 있다고 위임하고 있다. 사실상 수당의 수급권자인 국회의원이 스스로 보수를 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별표’에서 수당과 각종 활동비 금액이 적혀 있긴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별표에 따르면 일반 수당은 매달 101만4000원, 입법활동비는 120만원, 특별활동비는 입법활동비의 30%, 약 36만원을 회기 중 지급한다고 적시돼 있다. 그러나 올해 기준 국회가 의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과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 등의 월평균 금액은 1308만원, 별표에 기재된 액수 총합의 5배가 넘는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보수는 세계 주요국 의회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높은 축에 속하게 됐다. 지난해 기준 1인당 국민소득(약 4405만원)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미국 하원(17만4000달러, 약 2억3000만원)의 경우 약 2.6배고, 영국의 경우 하원 급여는 2.3배(8만6584파운드, 약 1억4000만원)가량이다. 독일은 약 3배(12만7100유로, 약 1억8000만원)다. 세계 주요국 중 우리 국회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보수를 받는 국가는 이탈리아(4배)와 일본(5배) 정도였다.

낮은 국회 신뢰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탓에, 국회의원 세비는 늘 단골 선거 공약이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았고 여기엔 ‘세비’를 직접 건드는 공약도 있었다.

민주당은 입법실적·성실성·청렴성 등을 지표로 국회의원 세비에 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 구속 등 사유로 회의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 국회의원 수당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국회의원 세비를 중위소득 수준으로 낮추는 공약을 발표했다. 올해 4인 가구 중위소득은 573만원인 만큼, 700만원 이상 세비를 깎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그러나 22대 국회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 5달째가 되도록 관련 논의는 없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6일 기준, 국회의원 수당에 관한 입법안은 총 5건이다. 5개 법안 모두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되거나 구금될 시 수당과 입법활동비 지급을 중지하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회의에 불출석할 경우 감액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당초 여야가 약속한 ‘성과급제’와 ‘국회의원 보수 중위소득 수준 삭감’ 등의 법안은 현재까지 발의되지 않았다. 현재 발의된 5개 법안도 그 이전 국회에서 여럿 발의된 바 있으나, 세비 미지급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국회 내 합의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녹색당원들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억5천 연봉 중 4천7백 비과세? 국회의원 탈세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국회에서도 세비 관련 논의가 진행된 바 있으나 마침표는 찍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20대 국회에서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 19대에서는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이 국회의원 보수를 외부 위원들에게 맡기는 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외부인원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에 맡겨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면서도 국회 위신도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20대 국회 초기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구성돼 보수 체계를 개편하자는 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추진위는 세비를 대신해 봉급과 수당을 합친 보수로 개편하고, 국회의원 개인에 지급되는 보수 총액을 모두 과세대상에 포함하자고 권고했다. 모든 보수 총액을 과세대상으로 한다면 15%가량 국회의원 보수가 줄어들 것이라고도 했다. 보수의 구체적인 수준과 세부항목은 독립적인 ‘국회의원 보수산정위원회(가칭)’에 위임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라고 했다. 입법활동비·특별활동비를 폐지하며, 법률·규정·규칙으로 나뉘어 있는 현행 국회의원 수당 법률안을 통합 수정, 독립적인 법체계를 마련하라고 했다. 그러나 이 역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등 현안에 밀려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한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 중 국회의원과 의원보좌직원, 사무처 직원 인건비 총액이 담긴 ‘사무처 인건비’ 사업 총액은 3615억1800만원이다. 전년 대비 111억4400만원(3.18%) 오른 금액이다. 올해 국회의원 일반 수당에 3.18% 인상분을 반영한다면 내년도 국회의원 총 세비는 약 1억6020만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현우 기자 wit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