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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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만 챙기고, 양심은 버리고… 불꽃축제, 또 쓰레기 산더미 [밀착취재]

107만 모인 여의도 한강공원
얌체족들 몸만 빠져나와 ‘눈살’
돗자리·일회용품 등 나뒹굴어
쓰레기통도 용량 초과돼 악취

해마다 시민의식 실종 되풀이
서울시 “자발적 수거방안 모색”

매년 10월 서울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난 뒤 서울 한강변은 유난히 황량하다. 올해도 축제가 끝나고 관람객이 떠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와 거리엔 쓰레기와 돗자리만 뎅그렇게 남았고, 거리 한쪽엔 하나둘 버린 검은 봉투가 산처럼 쌓였다. 주최 측이 쓰레기를 치우기 위한 봉사단 수백명을 동원했지만, 축제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시민의식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서울 여의도를 중심으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주최 측 추산 107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오후 7시20분부터 시작된 불꽃놀이를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한강변에는 자리를 잡으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우리도 가져가세요” 5일 오후 11시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잔디밭에 음료수 페트병, 비닐봉투 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관람객이 사용한 돗자리가 방치돼 있다. 이날 세계불꽃축제가 끝난 뒤 공원 곳곳에서 버려진 돗자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막대한 인파가 몰린 만큼이나 축제가 끝난 뒤의 후유증도 상당했다. 관람객이 빠져나간 뒤 기자가 둘러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는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로 참담한 모습이었다.

 

불꽃놀이 전후로 시민들이 사용한 플라스틱 컵과 배달음식 포장, 술병 등은 바람을 따라 곳곳에 나뒹굴었다. 쓰레기통은 이미 용량을 초과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주변에 시민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둔 쓰레기가 이룬 산은 악취를 뿜어냈다. 일부 시민들은 불꽃놀이 중 이용한 돗자리나 일회용 테이블, 의자마저 그대로 버린 채 자리를 뜨기도 했다.

 

불꽃축제를 찾은 시민들도 이런 행태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학생 이지수(23)씨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모두가 즐긴 축제인 만큼 뒷정리도 양심적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한강변을 찾은 직장인 박지수(32)씨는 “축제를 즐기러 왔다가 이런 광경을 보니 정말 민망하다”며 “각자 조금씩만 더 신경 쓴다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을 것”이라 안타까워했다.

지난 5일 세계불꽃축제가 끝난 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보다 못한 일부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쓰레기 줍기에 나서기도 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김석영(53)씨는 “곳곳에 쓰레기통이 있는데 왜 그냥 자리에 두고 가는지 모르겠다”며 “몇 걸음 안 되는 수고를 나 몰라라 할 수 없다”고 말하며 계속해서 쓰레기를 주웠다.

 

주최 측인 한화는 66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동원해 자정이 가까워질 때까지 쓰레기를 치웠지만, 쓰레기의 양이 워낙 방대해 모두 치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남은 쓰레기는 형광색 조끼를 입은 환경미화원들의 몫이었다. 이들은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버려진 쓰레기와 고군분투를 벌였고, 얼굴에는 피로감이 역력했다.

 

50대 환경미화원 A씨는 “이번이 네 번째 축제인데, 매번 축제 때마다 각오하고 온다”면서도 “그래도 7년 전 처음 왔을 때보다는 시민 의식이 높아진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6일 오전까지 여의도·이촌 한강공원 일대에서 수거된 쓰레기는 약 58t으로 지난해 행사 때(약 70t)보다 17%가량 줄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앞으로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글·사진=이예림 기자 yea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