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장애예술인들은 창작활동을 해도 발표할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모든 창작예술은 관객과 함께할 때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형희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은 최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개막한 장애예술기획전 ‘기울기 기울이기’를 반기며 이렇게 말했다.
서울문화재단과 예술의전당이 주최하고 효성그룹이 후원한 이번 전시에선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 14기 입주예술가 6팀(김은정·김진주·박유석·이기언·송지은·윤하균·허겸)의 작품 30여점이 관객과 만난다. 귓속말의 다정함을 표현해 소리와 촉감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한 설치미술과 식물의 생태 변화를 관찰해 그린 구족화, 후천적 시각장애로 변화하는 삶과 감정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서울 풍경 연작 회화 등 장애가 다른 작가들이 다양한 기법으로 표현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장애인·비장애인 관람객 누구든 편하게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환경도 돋보인다. 색약자와 저시력자를 위한 보정안경과 촉각감상도구, 쉬운 해설, 수어, 음성안내, 점자, 화면 자막 등이 제공된다. 어린이와 발달장애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전시 설명도 마련됐다. 토요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 전시 해설사(도슨트)가 각 작품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준다. 특히 작품별로 제작된 촉각 도구는 새로운 감상법을 제시한다. 작품 감상 촉각 도구란, 시각예술 작품 관람이 힘든 저시력자가 손으로 작품의 미니어처(작은 모형)를 만지며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한 도구다. 9일에는 작품 감상 촉각 도구를 직접 만들어보는 ‘눈과 손으로 전시 보기’ 워크숍(연수)도 진행된다.
서울문화재단 이창기 대표는 “장애예술인의 작품을 문턱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시도한 특별전이 많은 시민에게 다양한 의미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이런 시도와 노력이 장애예술인의 창작 활성화를 이끌고, 예술 현장에서 약자와의 동행을 실천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장애예술창작센터는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예술 분야 전문 창작공간으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장애예술인 350여명이 거쳐 갔다. 전시는 15일까지이며 무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