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여 후에는 ‘개고기 식용’이 전면 금지된다.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살·유통·판매 모두 법으로 금지돼 위반 시 처벌된다. 2027년 2월7일 개식용 종식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관련 산업 자체가 사라져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로드맵’(개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지난달 26일 확정하고, 관련 업계의 전·폐업 이행을 지원하고 있다.
육견협회를 비롯한 업계는 “보상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반발한다. 협회와 상인회는 1마리당 최대 60만원인 보상금 인상을 요구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일각에선 자연도태되는 산업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식용 종식을 위해 내년에만 관련 예산 1000억원가량이 책정된 상태다.
식용견 사육장의 전·폐업 시 발생할 ‘잔여견’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개식용 종식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보상금 둘러싸고 갈등 여전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개식용 종식 이행 로드맵의 핵심 쟁점은 현재 육견을 사육하는 농장주에 대한 지원금(폐업이행촉진지원금)이다. 정부는 개식용 조기 종식을 위해 폐업 시기에 따라 지원단가를 차등한다는 방침이다. 조기에 농장을 접으면 지원금을 더 주는 구조다. 이에 따라 농장주는 연평균 사육 마릿수(사육면적 기준 적정 사육 마릿수를 상한으로 적용)를 기준으로 마리당 폐업 시기별로 60만∼22만5000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400마리 육견을 키우는 농장이 내년 2월6일 이전에 폐업하면 2억4000만원(마리당 60만원)을 지원받는다.
사육 농장주로 구성된 육견협회는 지원금 액수에 반발하고 있다. 당초 정부가 로드맵을 발표하기 전 협상했던 액수와 차이가 크다는 입장이다. 육견협회는 마리당 1년 소득이 40만원이며 5년간 손실을 기준으로 최소 200만원 지원을 요구해왔다. 다만 정부의 로드맵 발표 후 내부적으로 손실 기간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주영봉 육견협회장은 “당초 정부와 인건비까지 모두 포함해 마리당 31만원 수준으로 협상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로드맵에서 금액이 확 줄어 발표됐다”며 “수억원씩 대출받아 운영하는 농장이 많은데, 이들에게 마리당 최대 60만원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육견협회와 상인회는 8일 서울 용산에서 시위에 나서 지원금 인상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와 육견협회 간 갈등과 별개로 개식용 금지를 법으로 금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도태 중인 산업을 예산까지 들여 지원할 필요가 있냐는 비판이다. 개식용 종식을 위해 정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은 폐업이행촉진금 562억원, 농장주 시설물 잔존가액 305억원 등 1095억원에 달한다.
◆잔여견 문제는 어떻게
정부 입장에서는 잔여견 처리도 골칫거리 중 하나다. 개식용 종식 로드맵에 따라 농장주들이 전·폐업을 하면 남겨진 육견을 어떻게 처리·관리할지를 두고 똑부러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농장주들이 정부에 신고한 식용견은 지난 5월 기준 46만6000마리에 달한다. 이들 중 2027년 2월까지 몇 마리가 남을지 당장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2년여간 소비되는 마릿수 외 번식으로 늘어나는 점까지 고려해야 하는 탓이다.
일단 정부는 2027년 2월 이후 잔여견에 대해 “안락사는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박범수 농식품부 차관은 지난달 브리핑에서 “어떤 경우에도 안락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정부는 해외 입양을 포함한 민간 입양을 유도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동물보호시설을 통한 보호·관리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도 대책으로는 잔여견 관리가 추후 사회적 문제로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보통 육견은 일반적으로 입양하는 견종과 달리 몸집이 크다. 최대 무게가 40㎏에 달하는 탓에 아파트 등 일반 가정집에서 입양하기 쉽지 않다.
지자체 보호시설도 현재 상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공·민간 동물보호센터 221곳은 이미 기존 유기견·유기묘로 포화상태에 다다랐다.
정부는 예산 약 60억원을 들여 지자체 직영(공공) 동물보호센터를 신규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센터 하나가 운영되는 데 보통 인건비·약제비 등으로 연평균 8억~10억원이 들어가는 만큼 이 역시 한계가 뚜렷하다.
정부는 아울러 식용견 농장을 그대로 보호소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역시 농장주의 동의는 물론이고 관련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잔여견 보호·관리를 위해 동물보호단체 및 육견업계 등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개식용 종식이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기본계획의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사육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이기 위해 농장주의 자발적인 번식 최소화 등 개체 관리를 유도하고 체계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