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국감장 뜬 외교부 기밀문서… 공개 적절성 공방 [2024 국정감사]

외통위 국감

‘3급 비밀’ 부산엑스포 판세 분석
김준형 의원 공개에 趙장관 항의
金 “제보 받아” 趙 “유출자 처벌”
與도 “국기 흔드는 범죄행위” 비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7일 외교부 국정감사에서는 ‘3급 비밀’ 문서로 취급되는 외교부 공문을 야당 의원이 공개한 것을 놓고 여야 충돌이 있었다. 여당 의원들이 비밀문서 공개를 ‘국기문란’이라고 몰아세우면서 공개의 적절성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질의 도중 ‘2030부산세계박람회 판세 메시지 송부’라는 제목의 외교부 공문을 국정감사장 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국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투표 직전 외교부가 BIE 회원국 주재 공관에 보낸 이 문서에는 1차 투표에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접전이 예상되고 2차 투표에선 한국이 과반 득표로 유치에 성공할 것이라는 판세 분석이 담겼다. 그러나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119표를 얻어 2차 투표 없이 박람회를 유치했고 한국은 29표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잘못된 판세 분석으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보좌관과 자료를 살피고 있다. 뉴스1

김 의원이 외교부의 판세 오판에 대해 비판하려 했지만,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저 문서를 어디서 입수했나. 3급 비밀문서를 화면에 띄우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 일인가”라고 항의했다.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인 김 의원은 “제보받은 것이며 면책 특권이 있다”면서 “문서에 나온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라는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6월30일자로 보존 기한이 끝나 일반문서로 재분류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협상한 내용이 아니라 본부와 공관의 일이기 때문에 수개월간 고민해 (공개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보존) 기한 도래 이후 ‘엑스(X)’ 표를 쳐서 재분류 조치해야 그때부터 일반문서가 된다”며 “(유출을) 엄중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외교부가 주도했다면 관련자를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소관 과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서 공개에 대한 여야 의원 간 논쟁은 오전 국감에 이어 오후까지 계속됐다. 외교부 출신의 외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건 의원은 “3급 기밀문서가 노출되는 것은 국기(國紀)를 흔드는 것이고, 범죄행위”라며 “철저한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김기현 의원도 “입수 과정에서 비밀 공개 절차가 지켜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외교관 출신인 민주당 위성락 의원은 “부산엑스포 유치 외교는 우리 외교의 참사 중 참사”라며 “현재 비밀 급수가 몇 등급이라고 해서 이를 지켜야 한다는 것은 형식에 얽매여 본질을 버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도 “출처 조사는 정부에서 하면 되는 거고 국회는 자료를 확보하면 뭐든지 질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