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7일 발발한 ‘가자 전쟁’ 1년을 맞아 세계 곳곳에서 번진 반(反)이스라엘 시위가 국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중동 지역에서 확전 의지를 다지는 이스라엘을 향해 전쟁 중단을 촉구하고, 이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한국 정부를 비판했다. 대학가에서도 이스라엘 관련 기관과의 학술교류를 멈추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214개 단체가 포함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은 7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은 지난 1년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가자지구를 향해 무차별적인 폭격을 퍼부었다”며 공습 중단과 휴전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6일 종로구 보신각 인근에서 약 2000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한 반이스라엘 집회를 연 데 이어 전쟁범죄 중단을 호소하는 시위를 연달아 열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 규탄 행동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란 살레 란티시씨는 “1년 동안 할아버지, 삼촌, 사촌을 포함해 수많은 친척을 잃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전쟁을 멈추지 않는 이스라엘을 향해 규탄 목소리를 내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전쟁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 친(親)팔레스타인 단체들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보이콧, 투자철회, 제재를 뜻하는 ‘BDS’ 운동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학가에서는 이스라엘과의 학술교류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려대 민주학생기념사업회 등 교내 단체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옹호해 온 기관·기업과의 협력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려대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히브리대와 텔아비브대 등과 학술적 관계를 맺고, 4월 당시 주한이스라엘 대사와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한 것을 문제 삼았다. 고려대 생명과학부 3학년 김다희(22)씨는 “이스라엘과 적극적인 협력 강화에 앞장서 온 고려대는 이스라엘과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