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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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무서워요” 강아지 안고 울던 소녀…전 세계가 속았다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헐린’으로 200여 명의 사망자가 나온 가운데, 수해의 참상을 전했던 어린 소녀의 사진이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가짜로 밝혀졌다.

 

미국 포브스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최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 보트 위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한 소녀가 강아지를 안은 채 울고 있는 사진이 확산했다.

 

사진 속 아이는 온몸이 비에 젖은 채 보트 위에서 흐느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사진은 조 바이든 정부의 무능력함을 비판하는 이미지로 사용됐다.

 

유타주의 마이크 리 상원의원은 지난 3일 이 사진을 엑스에 공유하면서 “이 사진에 캡션을 달아주세요”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AI가 생성한 딥 페이크 이미지였다.

 

포브스에 따르면 공개된 2장의 사진을 비교했을 때 소녀의 손가락이 하나 더 많았다. 또 소녀가 안고 있던 강아지 주둥이의 털 색깔도 차이가 있었고, 타고 있던 보트의 모양과 색도 달랐다.

SNS 상에서 허리케인 '헐린'의 피해 사진이라고 공유된 사진이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사진으로 드러났다. 엑스 캡처

해당 사진이 가짜인 것으로 드러나자 마이크 리 의원은 곧바로 게시물을 삭제했다. 현재 엑스는 해당 사진을 AI가 생성한 이미지로 분류하고 있다.

 

포브스는 “재난을 묘사하는 조작된 이미지는 구호 활동을 복잡하게 만들고, 위기 상황에서 대중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며 “또한 가짜 모금 활동에 기부하도록 사람들을 속이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당 이미지가 모금 행사 등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생성된 가짜 사진들이 진짜인 것처럼 유통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미국 연방 재난관리청(FEMA)은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가짜 정보가 무분별하게 확산하자 웹사이트에 ‘루머 대응’ 페이지를 개설하기도 했다.

 

FEMA는 “거짓 정보에 주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출처의 공식 정보를 공유해 자신과 가족,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