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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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식장이 강남? 안 가고 축의금만 낼게요”…고물가에 예비부부도, 하객도 부담

고물가 시대에 결혼식장 식대도 껑충 오르면서 예비부부와 하객 모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간 축의금으로 통상 5만원, 가까운 관계인 경우 10만원 안팎을 내는 풍토였는데, 고물가에 축의금 부담도 커지면서 예식장 ‘불참’을 선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비부부들은 이런 사정을 알면서도 실제로 선택지가 많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8일 웨딩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에 위치한 대부분의 결혼식장 식대는 7만∼8만원 선이며, 강남권은 식대가 8만∼9만원을 상회하는 곳도 적지 않다.

 

웨딩업계는 결혼식이 제한됐던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직후부터 식대·‘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웨딩홀 대여 등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특히 최근 고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식대가 대폭 인상됐다. 예비부부들은 식대가 같은 구성임에도 지난해보다 1만원 이상 올랐고, 웨딩홀이 정한 식사 제공 최소 인원을 뜻하는 ‘결혼식장 보증 인원’도 최소 250명가량으로 굳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 서울 송파구에 있는 한 결혼식장의 식대는 지난해 6만2000원이었으나, 올해 8만3000원으로 1년새 33.9% 올랐다.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결혼식장도 지난해 7만원에서 올해 8만5000원으로 21.4% 인상된 것으로 파악됐다.

 

예비부부들은 좋다고 입소문이 난 결혼식장이 많지 않고, 식사가 맛있는 곳에서 하객을 대접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적다고 호소한다.

 

내년 4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이모(31) 씨는 연합뉴스에 “계약할 때 식장으로부터 내년 물가를 고려해 식대를 올렸다고 안내받았다”며 “올해 계약했는데 내년 기준으로 식대를 받는 게 이해가 안 됐지만,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내년 3월 결혼하는 예비신부 유모(33) 씨도 “예식장에서 내년에는 계약금과 식대 둘 다 오를 거라고 선전포고해서 급하게 식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며 “혹시나 예식장과 사이가 틀어지면 결혼식 당일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했다.

 

친소 관계에 따라 축의금을 5만원, 10만원 안팎으로 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하객들이 비싼 식대를 고려해 축의금을 더 내는 분위기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매달 2번 이상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직장 동료 결혼식도 다 챙기려고 하는데, 축의금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차라리 안 가고 5만원만 내는 게 속이 편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