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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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로봇 만드는 ‘스마트팩토리’… 미래 성장 이끈다 [K브랜드 리포트]

〈165〉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 ‘1위’… 시장 40% 차지
로봇 제어기 자체 제작 ‘국내 유일’

업체 등 대상 로봇안전 무료 교육
국내 첫 ‘설치 전문가 과정’ 추진

中 저가 공세에 기술력으로 승부
“초격차 위한 정부 적극지원 필요”

지난달 26일 방문한 대구 달성군 HD현대로보틱스 공장.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양옆에 죽 늘어선 산업용 로봇들이 분주하게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벨트 위에 놓인 철 덩어리는 시작점에서 멀어질수록 서서히 자신을 만들고 있는 로봇의 형태를 닮아간다. 흡사 ‘로봇의 출산’을 지켜보는 기분이다.

 

공정 중간중간 제품 상태를 점검하는 직원들이 서 있기는 했지만 그 수는 20명 남짓이었다. 2만6214㎡ 규모로 잠실 주경기장(2만6331㎡)과 맞먹는 공장 면적을 고려한다면 미래형 ‘스마트팩토리’가 이런 모습이지 싶었다.

HD현대로보틱스 산업용 로봇(모델명 HS220)이 조립, 도장 등의 공정 을거쳐 배선 작업을 위해 대기중인 모습

◆국내 1위 산업용 로봇 기업 ‘HD현대로보틱스’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1위 기업 HD현대로보틱스는 1984년 현대중공업 내 로봇사업팀에서 출발했다. 이후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물적분할을 통해 독립법인 현대로보틱스로 출범했고, 2023년 사명이 변경되며 지금의 HD현대로보틱스가 됐다.

 

HD현대로보틱스는 로봇산업의 핵심기술인 로봇 제어기를 자체 제작할 수 있는 설계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내재화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다. 40년간 쌓아 올린 품질과 신뢰로 △자동차 △금속·기계 △전기·전자 △F&B 등 다양한 산업군의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의 경우 완성차와 벤더 업체 대상 약 5만2000대의 판매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슬로바키아, 체코, 인도,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실적 및 애프터서비스(AS) 망도 보유 중이다.

 

대구 달성 공장에서 로봇이 만들어낼 수 있는 로봇의 수는 연간 1만대에 달한다. 산업용 로봇과 플랫패널디스플레이(FPD) 로봇, 서비스 로봇 등 40종의 로봇이 생산된다. 이 중 주력 제품은 220㎏의 물건까지 들어올릴 수 있는 HS220 등의 산업용 로봇으로 전체 매출액의 90%를 차지한다.

 

HD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산업용 로봇은 종류와 크기에 따라 최소 4㎏에서 최대 600㎏까지 무리 없이 들 수 있다”며 “특히 가반(可搬·옮길 수 있는) 중량이 높아질수록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데 우리는 세계적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컨베이어벨트 구역을 지나자 철조망 안에 있는 로봇 팔이 쉬지 않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산업용 로봇의 품질을 점검하는 곳으로 로봇의 6개 축을 모두 사용해 220㎏ 중량의 쇳덩어리를 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불량을 잡아내는 단계다.

 

점검을 담당하는 한 직원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경우 최대 중량을 매단 상태에서 4달여간 온종일 틀어놓고 성능을 테스트하며, 양산 제품은 출하 전 동일한 작업을 4시간 정도 한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HD현대로보틱스가 세계적 수준의 기술 및 품질을 갖추게 된 비결 중 하나다.

◆국내 최초 ‘로봇설치 전문가 과정’ 개설 예정

 

HD현대로보틱스의 노력은 기술과 품질에서 나아가 환경·사회·지배구조(ESG)까지 닿아 있었다. 현재 운영 중인 ‘로봇교육서비스센터’가 대표적이다. 산업용 로봇 소비자 및 설치 업체를 대상으로 로봇안전교육을 1시간씩 무료로 제공하며 최근에는 온라인 강의까지 개설했다. 안전 사항을 숙지하지 않아 벌어질 수 있는 안타까운 인명 사고를 막으려는 취지다.

 

HD현대로보틱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 상반기쯤 국내 최초로 ‘로봇 설치 및 시운전 전문가 과정(가칭)’까지 개설할 예정이다. 박종찬 HD현대로보틱스 생산·지원부문 상무는 “고객사들이 설치비를 아끼기 위해 로봇 설치 및 안전교육이 미흡한 소규모 설치 업체에 일을 맡겨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고객들이 검증된 업체를 구분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인증서를 발급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인체에 유해한 약품이 사용되는 세척과 도장 작업도 완전 자동화했다. 자동화 이전에도 직원들은 전용 마스크 및 안전장비를 착용해 안전하긴 했지만 담당 작업자의 불안감과 여름철 더위 등을 해소하기 위한 조처다. 아울러 탄소 절감을 위한 노력으로 로봇 소재 경량화를 위한 연구개발(R&D)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HD현대로보틱스 대구시 달성군 본사 전시관에 설치된 산업용 로봇이 기능별 작업을 가상 시연하는 모습. HD현대로보틱스 제공

◆중국 저가 공세 거세…“초격차 위한 지원 필요”

 

이러한 HD현대로보틱스이지만 근래 전 세계 제조업 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하고 있는 중국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아무리 품질이 뛰어나더라도 국내 제품보다 30%나 싼 중국의 무더기 재고물량 ‘저가 공세’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현재 HD현대로보틱스의 연간 로봇 생산량은 4000대가량으로 최대 생산능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등과 더불어 미래먹거리로 일컬어지며 국가전략기술로도 분류되는 로봇 산업이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자칫 고사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기술의 한계 탓에 중국 기업의 주력 제품은 가반 중량 200㎏ 이하의 제품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고중량 로봇 분야마저도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공세에 금세 따라잡힐 수 있어 우리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라고 박 상무는 강조했다. 박 상무는 “조선과 마찬가지로 로봇 산업도 결국 초격차를 통한 고부가가치 사업 집중이 답”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수준으로는 한참 부족하다”고 우려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현재 처한 위기를 타개하고 미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용접 자동화 로봇’ 분야에 무게를 더 싣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조선 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고숙련 용접공 부재를 해결할 수 있어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긍정적인 ‘일석이조(一石二鳥)’의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산업용 로봇 생산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2025년 ‘협동로봇’분야 진출도 계획 중이다. 홀로 작업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인간과 협업하는 협동로봇은 느린 작업 속도와 낮은 가반 중량이 단점이었는데, 이를 산업용 로봇 생산 기술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HD현대로보틱스의 생각이다.


대구=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