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법령에 따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현재 진행 중인 MBK파트너스(MBK)·영풍 연합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에 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현행법상 국가 핵심기술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과 판정 신청 안건을 심의했다.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기술 유출이나 국부 유출에 대해 국가가 안이하게 대처하면 안 된다”며 “국가핵심기술 (지정)이라든지 여러 방법을 찾아 법적으로 총동원해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MBK나 영풍 뒤에는 반드시 중국이 있고 뒷배는 중국이라 보고 있다”며 “고려아연이 가진 기술을 MBK가 가져가면 안 그래도 전구체 시장의 90%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철금속이나 이차전지 소재 산업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안 장관은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이고, 고려아연이 가진 제련 기술은 매우 중요한 기술”이라며 “산업부 입장에서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협의해 향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 관련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려아연의 기술 보호 움직임의 배경에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달 12일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및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MBK에 ‘자기 지분 절반+1주’를 넘기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다음 날인 13일에는 MBK가 10월4일까지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를 공개 매수한다고 밝히면서 현 경영진과의 지분 대결이 시작됐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고, 영풍그룹 안에서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주력 사업이 부진한 영풍은 고려아연에 현금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고려아연은 반대로 장기 투자에 나서며 장씨 집안의 요청을 거절하며 갈등이 촉발됐다. 이에 MBK가 지분 싸움에 가세하면서 핵심기술 유출 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박 의원은 “산업부 장관의 직권으로 국가 핵심기술을 선정하고 지정하는데 고려아연의 세계 최고 기술을 지정하지 않은 것은 장관의 직무 유기”라며 “여태 법이 부여한 권한을 적극 발휘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해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