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관계를 두 국가로 규정하는 헌법개정을 공개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면서도 한반도에서 전략적 힘의 균형이 파괴된다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전날 창립 60주년을 맞아 김정은국방종합대학을 방문해 연설했다고 보도했다. 대학 관계자들을 축하하는 연설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대남메시지였다. 그는 “우리는 솔직히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의식하는 것조차도 소름이 끼치고 그 인간들과는 마주 서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또 “이전 시기에는 우리가 남녘해방이라는 소리도 많이 했고 무력통일이라는 말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이에 관심이 없으며 두 개 국가를 선언하면서부터는 더더욱 그 나라를 의식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군의날 기념사를 거론하며 “현명한 정치가라면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놓고 무모한 객기를 부릴 것이 아니라 핵국가(북한)와는 대결과 대립보다는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게 상황 관리 쪽으로 더 힘을 넣고 고민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국군의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사용 기도는 곧 정권 종말이라고 연설한 바 있다.
그는 “10월4일 유엔사무총장 대변인은 우리에게 ‘수사의 수위를 낮추길 바란다’는 요청을 해왔다”는 사실도 공개하며 “이 같은 요청이 서울에도 전달되었는지는 불분명하나 이 자리를 빌어 다시금 강조할 것은 나의 발언을 똑바로 들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군사력 사용에 관한 우리의 입장을 천명할 때마다 ‘만약’이라는 전제를 달았다”며 “그 ‘만약’이라는 가정에서,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무력은 모든 공격력을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며 핵무기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은 이날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두국가론을 반영하는 헌법개정 안건을 처리했을 것으로 보인다. 최고인민회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 1월 남북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라고 주장할 때와 차이가 있다. 당시 그는 “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 평정, 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상황관리 메시지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