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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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고용부 국장급 정책기획관 자리 10년 넘게 꿰찬 기재부

2012년부터 고용부 과장급과 인사 교류
중앙부처 중에 다른 직급 간 파견은 유일
고용부 예산 담당… “자율권 침해” 지적도
기재부 “업무 중심 교류… 문제 사안 아냐”

10년 넘게 기획재정부 공무원이 고용노동부 내 국장급 자리를 꿰찼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교류 차원에서 기재부 국장급 공무원이 고용부에 파견돼온 것인데 고용부는 국장급보다 직급이 낮은 과장급 공무원을 기재부에 파견해온 것이다. 이런 기형적 인사교류를 두고 국회에선 “기재부의 고용부 ‘식민통치’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중앙부처 간 인사교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기재부가 지난해 소속 공무원을 다른 중앙부처에 파견한 사례는 총 6건이었다. 이 중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을 파견한 건 고용부가 유일했다. 기재부는 국장급인 고용부 정책기획관 자리에 고위공무원단 나급(2∼3급) 공무원을 보냈고, 고용부는 대신 기재부에 과장급(3∼4급) 공무원을 파견했다. 나머지 사례는 모두 똑같이 기재부와 다른 중앙부처가 5급 공무원을 주고 받은 경우였다.  

 

고용노동부. 뉴시스

이런 기재부와 고용부 간 ‘불평등’ 인사교류 관례는 12년 전부터 현재까지 계속돼온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부 과장급 공무원이 2012년부터 기재부에 파견돼 지속가능경제과장(구 협동조합과장)을, 같은 기간 기재부 국장급 공무원은 고용부에 파견돼 정책기획관을 계속 맡아왔다. 

 

정책기획관은 크게 고용부 소관 예산과 법제를 담당한다. 결국 10년 넘게 기재부 출신이 고용부 예산을 총괄해 온 셈인데, 고용부의 예산 편성 자율권 침해란 지적도 가능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기재부가 부처별로 총괄 예산 규모를 정한 뒤 각 부처가 소관 정책과 우선순위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도록 하고 있다.

 

정책기획관 바로 위인 고용부 기획조정실장 자리는 올 6월24일 이후로 계속 공석 상태다. 이 경우 통상 조직편제상 정책기획관이 기조실장 직무대리를 맡는 게 자연스러우나, 고용부는 다른 실장급인 고용정책실장이 기조실장 직무대리를 겸해 오다가 9월23일부터 또 다른 실장급인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맡는 중이다. 결국 정책기획관이 타 부처 파견 공무원인 탓에 이런 인사가 이뤄진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고용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산안본부장이 기조실장 직무대리를 맡는 건 기재부 파견과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인사권자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10년 넘게 이어온 고용부와의 인사교류 문제에 대해 “인사교류 제도 자체가 ‘직급’을 기준으로 하는 게 아니라 ‘업무’ 중심으로 운영돼 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사안이 아니라 본다”며 “그간에 고용부 측으로부터 불만이나 이의가 제기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중앙부처 간 인사교류 사례 중 동 직급 교류가 아닌 건 기재부-고용부가 유일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지방정부 쪽 사례를 보면 직급이 달라도 교류가 이뤄지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배 의원은 “부처 내 예산을 총괄하는 정책기획관 자리를 기재부 출신이 독점함으로써 고용부의 예산 편성 자율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기재부 출신 국장이 고용부 정책기획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일본인 총독이 조선총독부를 통해 식민통치한 것과 다름없다. 10년간 이어진 기획재정부의 고용부 통치는 이제는 멈춰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