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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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론 현실화"...한국, 수도권 쏠림 압도적 1위

한국, 수도권 집중도 극심...미국의 10배 수준
서울-지방 집값 격차 더 벌어져...자산 불평등 심화

주요 선진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도 더 벌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와 한동안 이어진 가격 상승 피로감에 서울 아파트 거래가 주춤하고 있지만, 평균 가격은 여전히 10억 원을 웃돌며 고공행진 중이다. 반면 미분양의 늪에 빠진 지방의 경우, 집이 팔리지 않아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과천시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 연합뉴스.

 

8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조사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2022년 기준)의 52.5%, 일자리의 58.5%가 서울·수도권에 몰려 있다. 여기에 전 국민의 50.7%(2023년 기준)가 수도권에 산다. 2015년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49.4%였지만, 매년 수도권으로 향하는 국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경제·일자리·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30-50클럽' 국가 중 1위다. 30-50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이면서 동시에 인구 5,000만 명 이상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이 가입돼 있다.

 

미국의 경제(GDP), 일자리, 인구의 수도권 집중도는 각각 5.1%, 4.9%, 4.7%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가 미국의 10배 수준인 셈이다.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가 두드러진다. 일본의 수도권 인구 집중도는 29.5%, GDP와 일자리 집중도는 각각 24.3%와 30.8%다. 일본 역시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지방 소멸이 사회 이슈로 거론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상황이 나은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값 격차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값(13일 기준)은 13억1755만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961만원 뛰었다. 반면 지방은 587만원(3억5610만원→3억5023만원) 내렸다. 이에 따라 양쪽의 가격 격차는 9억3184만원에서 9억6732만원으로 9개월만에 3548만원 커졌다.

 

'지방 소멸'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의 추진 사업은 여전히 수도권에 치중돼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1조 원 이상 사업비가 투입된 신도시 조성 사업은 수도권이 41개로 사업비는 총 182조 원에 이른다. 반면 지방은 12개 사업(사업비 32조6,000억 원)에 그친다. 수도권에서 추진되는 신도시 사업 규모가 지방의 5.58배 수준이다. 

 

권 의원은 "지방 소멸 위기는 국가 위기인데 정부마저 수도권 일변도의 투자만 지속하고 있다"며 "수도권 집중 해소 목표 구체적 설정 등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육비와 주거비 등을 지원해 지역의 출산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지방 투자를 확대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외국인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지방을 중심으로 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