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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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축제 때 소맥말고 하이볼”…한일 MZ들 ‘하이볼’ 홀릭

3대 편의점, 대학교 가을 축제시즌 하이볼 매출↑
日주류업체, 젊은층 겨냥 고급 위스키 제품 출시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과도한 음주를 기피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맥주와 소주 판매량이 줄고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주류인 하이볼의 매출이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MZ들 사이에서도 하이볼이 인기를 끌자 일본 주류업체들이 잇달아 위스키 고급화 전략을 내놓고 있다.

 

하이볼. 게티이미지뱅크

 

CU 편의점을 운영하는 BGF리테일에 따르면, 대학교 가을 축제 기간인 9월 말에서 10월 초 대학교 인근 점포 40여 곳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전체 주류 매출 가운데 88.9%에 달했던 소주와 맥주 매출은 올해 69.4%에 그쳤다. 특히 소주 비율은 2019년 24.6%에서 올해 13.6%로 11%포인트나 떨어졌다.

 

맥주와 소주의 자리를 대체한 것은 하이볼이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올가을 하이볼 매출이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며 “CU의 올해 1~8월 하이볼 매출은 전년 대비 392%의 신장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고려대 근처에서 CU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점주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평소에도 하이볼이 10캔 이상 나가는 편인데 축제 기간에는 재고가 들어오는 족족 빠진다”고 말했다.

 

이마트24가 지난달 23~30일 대학가 58개 점포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소주 판매가 4%, 맥주는 6% 늘어난 반면, 하이볼 판매는 57% 늘었다. GS25도 신촌, 건대입구 등 대학가 인근 점포 20여 곳의 매출을 조사했더니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든 데 비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막걸리와 양주 매출은 각각 15.5%, 11.3% 올랐다.

 

이러한 주류 판매의 변화는 최근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건강한 생활을 위해 음주를 의도적으로 멀리하는 것)’ 문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과거 사발에 맥주와 소주를 섞어 벌칙처럼 마시던 이른바 ‘과음’ 문화에서 개개인의 주량과 취향, 상황에 맞게 음주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주류 판매 코너에서 위스키를 보고 있는 한 남성. 연합뉴스

 

한국뿐 아니라 일본 MZ들 사이에서도 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고급 위스키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8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 따르면 아사히맥주는 지난 1일 위스키 브랜드 니카의 신제품 ‘니카 프런티어’를 출시했다. 아사히맥주는 최근 도쿄에 팝업 스토어를 열고 위스키 1잔을 1000~2000엔(한화 약 9000~1만8000원)대로 판매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고객 상당수가 2030층이다.

 

산토리는 작년 6월 ‘산토리 프리미엄 하이볼 캔’을 일정 기간에만 파는 한정 제품으로 출시했다. 산토리의 고급 위스키 ‘야마자키·하쿠슈’를 넣은 하이볼로, 일반 하이볼 1캔 가격의 3배 이상(약 660엔·한화 약 6000원)이지만 매장별로 입고되자마자 빠르게 매진되고 있다.

 

일본 젊은층 사이에서도 건강을 생각하는 음주 문화가 퍼지면서 고급 위스키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문은 아사히맥주 관계자를 인용해 “주류 시장이 장기적으로 축소되겠지만 반대로 위스키 시장은 2040년까지 2~3% 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과거 술은 집단 문화에서 취하려고 마셨던 것이라면 오늘날의 술은 개인적인 상황에서 스스로에게 즐거움을 주는 상품으로 떠올랐다”며 “싼값에 대중화된 술을 마시는 문화에서 고급화되고 적게 마시더라도 본인에게 맞춤화한 선택지를 고르려는 추세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