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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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의사들 내년 3월엔 돌아올까

집단행동 8개월째… 정부는 신뢰대신 불신만 키워

올해 2월 시작된 전공의·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10월을 지나고 있다. 그들은 의사 시험 교육 현장인 학교를, 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현장인 병원을 떠났다. 전공의 일부만 수련을 접고 일반의로 복귀했을 뿐이다. 전공의 부재가 의료체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응급실 위기 상황 등을 통해 8개월째 충분히 경험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닐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전공의가 이탈한 2∼5월 ‘빅5’ 등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진료 인원과 사망 환자가 모두 줄어든 반면, 종합병원·병원급에선 진료 인원이 줄었음에도 사망 환자는 오히려 늘었다.

정재영 사회부 차장

상급종합병원의 2∼5월 진료 인원은 864만2969명에 사망자는 1만4453명이었는데, 지난해 동기 대비 진료 인원과 사망자가 각각 78만3321명, 2011명 감소했다. 하지만 종합병원은 진료 인원이 1353만5195명이었고 사망자는 2만7150명인데, 전년 대비 진료 인원은 123만4442명 준 반면 사망자는 오히려 1412명(2.6%포인트) 늘었다. 병원급도 지난해 대비 진료 인원이 100만5233명 줄었지만 사망자는 2635명(3.5%포인트) 증가했다.

김윤 의원은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할 중증환자들이 종합병원·병원에서 치료받다 사망했을 가능성을 정교한 분석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위주로 전환하는 정책에 허점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전공의 빈자리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메우는 데 대한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선 간호사에게 의사 ID를 공유해 약 처방을 하는 등 업무 외 일을 떠넘기고 있다.

교육부가 국감 전날인 6일 ‘의대생 휴학 대책’을 발표한 건 의대생의 복귀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생 등 의료계는 휴학 조건으로 ‘복귀’를 꺼낸 든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히 ‘의대 5년제’ 언급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교육부가 “대학이 원한다면 6년제인 의대교육을 1년 이내에서 단축하는 방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보건복지부·교육부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 질타가 이어졌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7일 복지부 국감에서 “교육의 질을 담보하면서 시간 단축도 가능하다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고,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8일 교육부 국감에서 ‘의대들이 5년제 축소가 실현 불가능하다고 하면 5년제 대안은 폐기되느냐’는 의원 질의에 “할 수 있는 대학이 없다면 안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장관은 5년제 발표 후 복지부와 협의했다고 했는데, 실행 가능 여부 등을 다른 주무부처와 따져보지 않고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이 장관은 의대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여러 의견을 받아 정책을 만든 것이라고 했지만, KAMC는 5년제 단축 등을 의제로 올려 논의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7일 KAMC 회의에선 “교육부 발표로 내년 3월 복귀를 고민하던 많은 학생들도 강경하게 미복귀 의사를 확고히 하게 된 것 같다”는 성토가 이어졌다고 한다. 전공의·의대생은 복귀 마지노선인 9월을 넘기면서 올해 돌아올 명분도 이유도 없다는 평가다. 그나마 환자에 대한 측은지심이 복귀 이유가 될 수 있을 듯하다.

정부도 새 학기·수련이 시작되는 내년 3월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커녕 지금처럼 불신만 키우면 내년 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신뢰를 다질 대안이 없기 때문인지 국감장에선 대통령 사과, 부처 장·차관 사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재영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