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딸 다혜씨가 음주운전을 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경찰에 입건되자 평소 문 전 대통령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던 친명(친이재명)계 강성 지지층이 문 전 대통령을 향해 “탈당하라”고 요구하는 등 날 선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10·16 재보궐선거를 지난 총선에 이은 ‘제2의 정권심판 선거’로 치르려는 더불어민주당은 민감한 시기 속 진영 내 분열을 경계하며 관련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이다.
9일 민주당원 게시판에는 다혜씨의 음주운전을 질타하는 동시에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당원은 “임기 끝났으면 사저에서 조용히 지냈어야지 윤써글(윤석열 대통령 비하 표현)정부 만든 주제에 무슨 낯으로 경기지사를 만나고 다니나. 딸은 음주운전, 꼴 좋다”라고 적었다. 다른 당원은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재명 대표가 추진하려는 지역화폐 지원금도 반대하고 경기북도를 추진하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고는 “딸은 음주운전에 뉴스 도배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탈당도 안 하고 당에 부담을 주는 저의가 뭔가”라고 했다.
이 밖에도 “민주당의 중요 시기마다 발목 잡는 행태 보이더니 딸까지 문제”, “전직 대통령이 하는 일마다 당과 이재명 대표에 피해”, “문 전 대통령은 비명(비이재명)계 만나 친목, 딸은 음주운전. 부녀가 세트로 XX” 등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다혜씨의 음주운전이 친명 지지층에게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기폭제로 작용한 모양새다.
눈여겨볼 또 다른 대목은 문 전 대통령과 김 지사의 지난 4일 만남에 경계심을 드러낸 부분이다. 그날 문 전 대통령은 경기 수원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17주년 기념식에 앞서 경기도청을 ‘깜짝 방문’했다.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김 지사는 이 대표가 당론으로 추진해 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을 공개 비판했다. 또 친명계로부터 ‘수박’(비명계 멸칭)으로 불리는 전해철 전 의원을 도정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하는 등 외연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친명 지지층 사이에선 여전히 지난 대선 패배 책임 상당 부분이 문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런데 ‘눈엣가시’ 같은 김 지사를 만나자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공동 대응하는 가운데 10·16 재보선 승리를 위한 원팀 기조를 깨선 안 된다는 기류 속에 관련 언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음주운전에 대해 “해선 안 되는 일”(박찬대 원내대표)이라는 짧은 언급이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