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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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335만원’ 산후조리원 비용 천정부지… ‘반값’ 공공은 20곳뿐

민간 2주 평균 가격 5년새 27% ↑
강남 1700만원, 청주 130만원 등
조리원 시설별 이용료도 천차만별

비교적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
부산 등 8개 광역지자체 ‘전무’
“시설 확대·재가 서비스 개선 필요”

임신 9개월 차인 A(31)씨는 최근 고민 끝에 700만원을 들여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 A씨는 “400만원대 조리원은 이미 예약이 내년까지 전부 찼고, 남은 곳은 다 이 정도 가격”이라며 “산모들 사이에선 정부 지원금 100만원 나왔더니 조리원이 100만원 더 비싸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A씨는 조리원을 포기할 수 없었다. A씨는 “고위험산모실에서 두 달 넘게 지냈더니 정신적으로도 불안하고, 라보파(근육이완제) 영향으로 몸도 만신창이”라며 “밤낮 안 가리고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은 결국 조리원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서 간호사가 신생아들을 돌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임산부의 날’(10일)을 하루 앞둔 9일 보건복지부 전국 산후조리원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모들은 가장 저렴한 일반실을 기준으로 2주에 평균 335만원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의 반값 수준인 공공 산후조리원이 있지만, 전국에 단 20곳뿐이다. 고위험·노산 산모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조리원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단순 지원금에서 그치지 말고 저렴한 공공 산후조리원 확대, 산후도우미 서비스 개선 등 근본적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후조리원 통계를 자체 분석한 결과, 전국 민간 산후조리원 평균 가격은 일반실 2주 입소 기준 2019년 263만원에서 지난해 335만원까지 5년 새 27.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편차도 심했다. 서울은 일반실 평균 이용료가 43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광주(370만원), 세종(347만원), 경기(332만원)도 높은 편에 속했다. 서울에서도 강남은 평균 806만원으로 다른 지역을 압도했고, 서초(460만원)·강서(446만원) 지역 역시 400만원 이상이었다. 통계에 등록된 민간 조리원 중에선 강남의 A조리원이 1700만원으로 이용료가 가장 비쌌고, 충북 청주의 B조리원은 130만원으로 가장 쌌다.

이용료가 치솟고 있지만 산모들의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지는 양상이다. 전국 산후조리원은 2019년 541곳에서 지난해 456곳까지 5년 새 15.7% 감소했다. 99개 시군구는 아예 공공·민간 산후조리원이 전무했다. 이러다 보니 산후조리원을 찾아 ‘원정 출산’을 떠나는 사례도 잇따른다. 강서구에 사는 임신 5개월 차 B(29)씨는 “강서구 산후조리원 가격이 너무 비싸 경기 김포에서 조리원을 구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산후조리원 수요는 앞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30대 산모의 분만 건수는 2013년 30만3085건에서 2022년 18만5945건으로 38.6%, 20대는 10만5931건에서 3만8695건으로 63.5% 급감했다. 반면 40대 산모의 분만 건수는 같은 기간 1만3697건에서 1만9636건으로 43.4% 증가했다.

 

비싼 민간 산후조리원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것은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공공 산후조리원 평균 가격은 176만원으로, 민간 대비 반값 수준이다. 하지만 2014년 서울 송파구에 최초의 공공 산후조리원이 생긴 이후 10년이 지났음에도 공공 산후조리원은 아직도 전국 20곳에 불과하다. 8개 광역지방자치단체(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세종·충북·전북)에는 여전히 공공 산후조리원이 없다.

지자체 입장에선 공공 산후조리원은 운영비만 수억원에 달하는 버거운 사업이다. 이에 국회에선 지자체의 공공 산후조리원 설립을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7월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은 공공 산후조리원 설치에 국비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2022년에도 비슷한 개정안이 발의된 적 있다. 임 의원은 “현행법상 공공 산후조리원 국비지원은 행안부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유일하고, 산후조리원 수요가 높아도 소멸지역이 아니면 지원을 못 받는다”며 “출산율과 민간 산후조리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개정안의 취지를 밝혔다.

 

김자연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농어촌 지역에 산후조리원이 운영돼도 적절한 규모의 출생아 입소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재 운영 중인 재가 방문 형태(산후도우미) 서비스 제공인력을 지방에서 적극 양성해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하고, 검증·교육 과정을 개선해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