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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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서 가장 오래 산 ‘28세 조로증 환자’ 돌연 사망

새미 바소(Sammy basso) 인스타그램 갈무리

 

희귀 난치병인 ‘조로증’을 겪었던 세계 최장수 생존자가 2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0일 이탈리아 선천성 조로증 협회는 “지난 5일 새미 바소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저녁 식사를 한 뒤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협회는 “우리는 그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었던 특권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새미는 우리 모두에게 ‘인생의 장애물은 때때로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충분히 삶을 살 가치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왔다”고 애도했다.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 지역에서 태어난 새미 바소는 2살 나이에 조로증 진단을 받았다. 이후 10살에 부모 도움으로 이탈리아 조로증 협회를 설립했다. 그는 조로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높이는 데 평생을 바쳤다. 특히 유전공학을 통해 조로증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연구 논문을 쓰기도 했는데, 이 공을 인정받아 2019년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이탈리아 공화국 공로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그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 ‘새미의 여정’을 통해서도 이름을 알렸다. 그가 부모님, 가장 친한 친구와 함께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미국의 66번 국도를 따라 여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날 저녁 베니스의 환경 및 사회 부문에서 저널리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최 측은 “그의 의지력, 희생정신, 용기를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조로증은 정상인보다 몇십 년은 일찍 늙어 조기 노화를 보이는 선천적 질환으로, 유전적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다. 수백만 명에 1명 정도인 매우 드문 질환이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발병하며 보통 태어날 때는 특이한 점을 보이지 않지만, 생후 1년 이내에 발육 지체, 체지방 감소, 모발 손실, 피부 노화, 굳은 관절 등 조로증 관련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나이가 들수록 골반 탈골, 심장 질환 및 발작 등을 겪기도 하는데 대부분 이 증상으로 평균 13살에 사망한다. 현재 조로증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