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환자 1명이 병원 34곳을 465회 돌며 수면진정제인 졸피뎀 1만1207개를 처방받는 등 ‘마약류 쇼핑’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졸피뎀 외에도 ADHD치료제(메틸페니데이트), 식욕억제제(펜터민 등) 등 주요 마약류 의약품을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처방받은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ADHD치료제는 상위 20명이 52곳 의료기관을 방문해 1인당 평균 5658개의 약을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ADHD치료제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의 평균 처방량(260.5개) 대비 약 22배 수준이다.
대표적 수면진정제 성분인 졸피뎀은 상위 20명이 의료기관 104곳을 방문해, 1인당 평균 5315개의 약을 처방받았다. 2023년 졸피뎀을 처방받은 전체 환자가 받은 평균 처방량(88.3개) 대비 약 60배 수준이다. 식욕억제제는 상위 20명이 70곳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1인당 평균 4950개의 약을 처방받았다. 2023년 식욕억제제 처방받은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198.4개)의 약 25배 수준이다.
식욕억제제, ADHD치료제, 졸피뎀 성분의 2023년 처방량 상위 20인 중 38.3%는 3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돌아다닌 것으로 파악됐다. ADHD치료제 처방 상위 20명 중 6명, 졸피뎀 처방 상위 20명 중 7명, 식욕억제제 처방 상위 20명 중 10명이 3곳 이상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았다.
가장 많은 의료기관을 돌아다닌 상위 5명을 살펴보면, A씨는 의료기관 34곳을 465번 방문해 졸피뎀 1만1207개를 처방받았다. B씨는 32곳 의료기관에서 139번에 걸쳐 졸피뎀 3619개를 처방받았고, C씨는 의료기관 13곳에서 54회에 걸쳐 8658개 ADHD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이처럼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해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받는 환자들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마약류를 처방하는 의사가 환자의 과거 투약이력을 신속하게 확인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진숙 의원실이 식약처에 확인한 결과, 의사가 의료기관의 처방 소프트웨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마약류 투약내역을 확인 할 수 있는 건 펜타닐(진통제) 성분에 국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숙 의원은 “마약류의 오남용 우려가 있는 상위 처방 환자들의 처방행태를 분석해보니, 복수의 의료기관을 방문해 처방받는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졸피뎀은 이른바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되는 사례도 많아 범죄 악용이 우려된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마약류 처방 전 투약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