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시장과 시의원을 주민들 스스로 뽑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정부에 건의했다.
10일 제주도에 따르면 오영훈 지사와 문대림(제주시갑)·김한규(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국회의원이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만나 이같이 건의했다.
제주도는 2006년 7월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난 18년간 국가 사무 5321건이 이양돼 인구 증가, 경제성장, 투자 확대 등의 성과를 거뒀다. 또한 다른 특별자치시·도 출범에 이정표를 제시하고 32년 만의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기여하는 등 대한민국 지방자치 발전과 분권 확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4개 기초자치단체(제주시·서귀포시·북제주군·남제주군)를 폐지하고 1개 광역단체와 양 행정시 체제로 바꿨다. 기초의회도 없어졌다. 제주시·서귀포시 행정시장을 도지사가 임명한다.
하지만 현행 행정시 체제의 한계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시민이 시장을 직접 선출하지 못해 책임행정이 이뤄지지 않고, 주민 대표로 도의원만 선출함으로써 주민 참여가 약화하고 도민 참정권이 제한되는 등 민주주의를 후퇴시켜 도민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국가·광역·기초사무가 집중돼 ‘제왕적 도지사’라는 비판과 함께 행정의 민주성 약화, 행정서비스 질 저하, 지역간 불균형 심화 등의 문제점도 나타나고 있다.
오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통해 주민편의와 복리증진, 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자치 30주년을 맞아 새로운 지방자치 모델을 제시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도민 공론화 과정과 도민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또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는 지방주도 균형발전과 책임있는 지방분권이다. 지역 발전이 국가 발전을 견인하고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통해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구현하고 대한민국 지방분권 완성에 기여해 나가겠다”며 정부를 설득했다.
이에 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의사”라며 “제주도와 실무진 협의를 통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에 앞서 오 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제주도는 2026년 7월 시작하는 민선 9기에 맞춰 도민의 염원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가 출범할 수 있도록 연내 주민투표 실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광역-기초 간 사무배분 △재정조정제도 △조직·청사 배치 △자치법규 정비 △공유재산 및 기록물 배분 등 세부적인 실행방안을 마련, 추진 중이다.
제주도는 올 초 제주도 행정체제개편위원회의 권고안대로 단일 광역체계인 제주도에 제주시를 동·서로 나눠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 등의 3개 기초단체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