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햇빛 받고 싶다”… 반지하의 삶 벗어나려면 보증금 1억 더내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집에서 햇볕을 받으려면 2배 이상의 주거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서 반지하의 삶이 다뤄지며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또한, 2022년에는 집중호우로 인해 반지하 주택이 침수되며 인명사고가 발생하며 정부와 사회 전반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복잡하다.

 

주거 비용의 차이, 정부 지원의 한계, 그리고 지하층에서 지상층으로의 이주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지상층의 평균 전세 보증금은 2억2천195만원에 달하는 반면, 지하층은 1억457만원으로, 두 층 간의 차이는 무려 1억1천738만원에 이른다. 

 

월세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상층의 평균 보증금은 8천539만원, 월세는 50만9천원인 반면, 지하층은 보증금 3천810만원, 월세 40만7천원으로, 보증금은 4천729만원, 월세는 10만3천원이 더 비쌌다. 이러한 현실은 지하층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지상층으로의 이전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번 비교는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 서울의 연립 및 다세대 주택(60㎡ 이하) 8만6천886가구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이연희 의원실은 이러한 가격 차이로 인해 지하층 거주자들이 정부의 보조를 받더라도 지상층으로의 이동이 어려운 상황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2020년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반지하 임대주택 입주민의 지상층 이주를 지원하는 '반지하 입주민 주거상향'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대상인 1천810가구 중 실제 이주를 완료한 가구는 909가구(50.2%)에 불과하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하층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하면 2년간 기존 지하층 임대조건을 그대로 적용받고, 이사비로 60만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2년 후에는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많은 주민들이 이주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LH의 반지하 임대주택 평균 주거 비용은 보증금 236만7천원, 임대료 6만9천원이지만, 지상층은 보증금 466만3천원, 임대료 26만6천원으로, 이주 후에는 보증금과 임대료가 각각 230만원과 20만원씩 더 증가하게 된다. 서울의 반지하 거주 가구 평균 월소득이 219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비용 부담은 매우 크다고 이 의원실은 지적했다.

 

또한 LH는 지하층 거주자가 지상층 전세계약을 신청하면 1억3천만원을 지원하는 주거사다리 전세임대사업과, 5천만원을 무이자로 지원하는 '비정상거처 이주지원 전세자금대출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나, 최근 2년간 지원 대상은 각각 5천324명에 그쳐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형 주택 바우처 사업은 월세 20만원을 6년 동안 지원하지만, 이를 전세로 환산하면 4천363만원 수준에 불과해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