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발생한 ‘얼차려 사망’ 사건으로 구속기소 된 중대장과 부중대장이 사건 당시 얼차려를 받았던 생존 훈련병들을 상대로 수백만원을 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보도자료를 통해 “숨진 훈련병과 함께 얼차려를 받았던 훈련병 A씨(현재 일병)가 지난 8일 국선변호인을 해임하고 숨진 훈련병 유가족 측의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중대장 강모(27·대위)씨와 부중대장 남모(25·중위)씨는 당시 훈련병 5명을 대리하던 국선변호인 B씨를 통해 A씨 가족에 반복적으로 합의를 요구해왔다.
센터는 “지난 8월 열린 2차 공판에서 B씨는 A씨를 처음 찾아와 가해자 측에서 합의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면서 “A씨는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고, 가해자들의 사과도 받지 않은 상황에서 합의는 부적절하다며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B씨는 지난 8일 A씨 가족에 연락해 재차 합의를 요구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강씨는 300만원, 남씨는 500만원의 합의금을 각각 제시했으며, A씨 측은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사과 없이 황당한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해 이를 거부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센터에 따르면, A씨는 사건 전날 밤인 지난 5월 22일 12사단 신병교육대 생활관에서 별다른 비행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남씨에게 지적을 받았다. 당시 남씨는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니며 위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튿날 A씨는 숨진 훈련병을 포함한 5명과 함께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받았다.
A씨는 지난 8월 27일 강씨와 남씨의 학대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사건 2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A씨는 가해자들과 분리 조치를 원해 별도의 공간에서 비대면 증인 신문을 진행했으며 그는 “생활관에서 자고 있는데 부중대장님이 들어와서 갑자기 일어나라고 한 뒤 다음 날 군기 훈련을 받게 됐다”고 증언했다.
또 “가해자들을 엄중 처벌해달라”고 호소하며 증인 출석 당일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은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A씨는 센터를 통해 “가해자들은 가혹행위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생존 훈련병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혀놓고도 사죄도, 반성도, 합당한 대가도 치르지 않은 채 죄를 덜 생각만 하고 있다”면서 “이들이 마땅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거부 의사에도 불구하고 계속 합의 요구를 전달해 왔다”며 국선변호인 해임 이유를 전했다.
춘천지검은 지난 7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강씨와 남씨를 구속기소했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는 오는 11일 오후 2시 이들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