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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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 눈높이서 ‘김 여사’ 해법 찾아야 尹·韓 독대 의미 있다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앞을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04.10.01. 한국일보 왕태석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0·16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독대해 정국현안을 논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독대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이 일단 참모들의 건의를 수용했다고 한다. 한 대표와의 독대 요청을 외면해 왔던 윤 대통령이 입장을 선회한 것은 현 정국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했던 지난달 24일 이후 악재는 쏟아졌고 윤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김건희 여사 의혹과 관련해 야권은 탄핵 공세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고 탄핵 추진 가능성을 시사했고, 야당은 상설특검 추진에 나섰다. 여기에 윤 대통령 부부와 관련해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문제 등이 잇따라 터져 설상가상 형국이다. 명씨의 주장은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실이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며 파문은 점입가경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어제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24%로 이 기관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윤·한 독대의 최대 이슈는 김 여사 문제다. 한 대표는 어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의 기소 판단과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여사 기소를 촉구한 것으로, 파장이 심상치 않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서 “자해발언”(윤상현 의원)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일각에서는 이 발언으로 윤·한 독대 성사가 불투명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표는 김 여사의 활동 자제가 필요하다고 했던 전날 자신의 입장과 관련, “당초 대선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부분 아닌가”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말 김 여사의 대국민사과 발언을 지적한 것이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해 온 한 대표는 명품 백 수수 사건과 관련한 ‘김 여사의 사과’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 결과는 여권 전체의 정국 대응 전략과 당정 관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국민 사과, 대외활동 자제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해법이다. 이 정도 합의도 내놓지 못하면 두 사람이 만나도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독대가 확정되면 정국 돌파를 위한 ‘마지막 카드’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마주 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