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54)은 사람의 몸을 주제로 불편하면서 파격적인 소설을 쓰는 작가로 통한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란 표현으로 한강의 글을 평가하며 올해 노벨문학상에 그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27일 광주 북구에서 아버지 한승원 씨와 어머니 임강오 씨 사이에서 2남 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머니 임 씨는 장티푸스에 걸려 약을 먹은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돼 고민 끝에 한강을 낳았다. 그래서 한강은 자라는 동안 종종 어른들로부터 "하마터면 못 태어날 뻔했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아버지 한 씨는 1966년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한 소설가로 '김동리문학상'과 '이상문학상', '순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강 역시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부녀가 나란히 '이상문학상'을 받은 기록을 갖고 있다.
한강은 아버지 덕에 서가에 빼곡한 책들을 골라 읽으며 자랐다. 그는 2014년 한 인터뷰에서 "아버지께서 책을 아무 데나 쌓아놓고 방치하고 가져다 읽고 흔적을 함부로 남기는 독서법을 갖고 계셨다"며 "그래서 저도 지금까지 어떤 억압도 없이 책 속에서 시간을 보내게 됐다"고 회상했다.
어린 시절 '책'을 정말 많이 읽었다고 한다. 한강은 "사교육이 없는 시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서 세상에 널려 있는 것은 책과 시간이었다"며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글자가 안 보여서 얼굴을 드니 해가 져 있었다. 그래서 일어나서 불 켜고 또 책 읽고 그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한강의 오빠인 규호 씨도 신춘문예 등단 작가이며, 동생인 강인 씨는 만화작가로 활동하는 등 집안이 문학에 조예가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한강은 출판사 '샘터'에서 일하며 1993년 11월 계간지 '문학과 사회'에서 시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11월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며 작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했을 때 치밀하고 빈틈없는 세부, 긴밀한 서사구성, 풍부한 상징 등 대작가의 탄생을 예감케 한다는 찬사를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있다. '채식주의자'는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상, '소년이 온다'는 2017년 이탈리아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말라파르테 문학상',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은 과거 인터뷰에서 "소설 '소년이 온다'는 이전까지 썼던 소설과 달리 역사적인 사건을 다뤄 큰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광주가 고향인) 저에게는 개인적인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채식주의자도 마치 한 여자의 작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며 "애초에 우리는 정치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을 분리하지 못하는 삶을 산다"고 강조했다.
한강이 꼽은 '내 인생의 책'은 무엇일까. 그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도스토옙스키) △어느 시인의 죽음(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이별 없는 세대(볼프강 보르헤르트) △케테 콜비츠(카테리네 크라머) △아버지의 땅(임철우)를 꼽았다.
이밖에 장편소설로 △흰 △희랍어 시간 △바람이 분다, 가라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등이 있고, 단편 소설집으로 △노랑무늬영원 △내 여자의 열매 △여수의 사랑, 시집으로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을 냈다.
한편,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뉴스1>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