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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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 금지”… 한강 노벨문학상 쾌거에 축하 행렬

소설가 한강(54)이 10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나지막이 “아”하며 놀라움을 느꼈고, 곧 환호성을 질렀다. 한강 작품을 소장하려는 시민들은 서점으로 달려갔다. 유명인들도 수상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기쁨을 나눴다.

 

대형 서점 사이트는 이날 주문 폭주로 온라인 사이트가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사이트에 잘 접속되지 않고,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예스24 사이트도 작동이 원활하지 않고 버벅거려 일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시민들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저녁에 전해진 수상 소식에 서점으로 가지 못한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한강 작품들을 구매하고 있다.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는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흰’ 등 한강 작품으로 채워졌다.

 

‘소년이 온다’와 ‘채식주의자’ 등을 낸 출판사 ‘창비’는 SNS를 통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를 감동하게 한 작가 한강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로 선정됐다”고 축하했다. ‘희랍어 시간’과 ‘흰’ 등의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노벨상 선정 이유를 소개했다.

 

구병모, 김초엽 작가도 SNS를 통해 한강의 수상을 축하했다. 구 작가는 “참 아름다운 말들의 조합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라고 적었고, 김 작가도 “너무 벅차고 좋다”고 했다.

 

영화 평론가 이동진과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들도 수상을 축하했다. 이 평론가는 서재에 꽂혀있는 한강 작품들 사진을 올리며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거라고 막연히 생각해오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기쁜 소식을 듣게 될 줄 정말 몰랐다”고 전했다.

 

1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책이 진열돼 있다. 뉴스1

BTS 멤버 뷔는 “군대에서 ‘소년이 온다’를 읽었다. 축하드린다”고 했고, RM도 수상 기사를 공유하며 우는 표정과 하트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배우 류준열, 문가영, 옥자연, 애플티비 시리즈 ‘파친코’의 김민하도 SNS를 통해 수상을 축하했다.

 

한강의 소설 ‘흰’을 읽고 ‘내가 더럽혀지더라도 흰 것만을 건넬게’란 문장에 감명해 예명을 지었다고 한 가수 HYNN(흰·박혜원)도 소속사를 통해 “흰의 그 문장을 통해 한 개인으로,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풍파나 상처가 있더라도 진심 어린 순수한 마음을 담아 음악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한국 작품으로 작가님만의 시선과 통찰로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는 점에서 더욱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이날 한강 작가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개설된 ‘2024 노벨문학상’ 네이버 오픈톡에는 약 5만8000여명의 누리꾼이 방문했다. 노벨문학상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하던 출판사 ‘민음사’의 유튜브 라이브에는 수천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모였다. 한강 수상이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라이브 보다가 울었다”, “여기저기서 환호했다”, “감격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23년 11월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한강 작가 모습. 연합뉴스

SNS에는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금지”, “국문과 나오면 무엇을 하는가?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다…!”, “이게 문학의 힘, 문과를 무시하지 마라” 등의 재치 있는 글들도 올라왔다. 한강은 연세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탄 건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아시아에서 여성 작가로는 최초 수상자다. 아시아에서 문학상 작가를 배출한 국가는 인도(1명), 일본(2명), 중국(1명)으로 한강은 5번째 수상자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