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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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첫 소감 “아들과 차 마시고 싶어”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53)은 10일 “매우 놀랍고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한강은 수상자 발표 후 노벨위원회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여러 작가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나에게 영감이 줬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강. AFP연합뉴스

한강은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마쳤을 때쯤 수상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한강은 “누군가 전화를 해서 (수상소식을) 알려줬고 당연히 매우 놀랐다”며 “아들도 놀랐지만 (수상에 대해) 같이 이야기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고 했다.

 

한국인 최초로 문학상을 받은 데 대해 한강은 “어릴 때부터 책과 함께 자랐고 한국 문학과 함께 성장했다”며 “한국 문학 독자들과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작가를 묻자 “작가들은 인생의 의미를 탐색하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단호하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 됐다”고 답했다.

 

한강을 막 알게 된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는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 ‘채식주의자’를 꼽았다. 한강은 “가장 최근에 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인간의 행위에 직접적으로 연결돼있고 ‘흰’은 자전적인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소설가 한강. 뉴스1

수상을 어떻게 축하하겠느냐는 질문에 한강은 “술을 마시지 않아서 오늘 밤 아들과 차를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다음은 한강과 노벨위원회와의 일문일답.

 

-현재 기분이 어떤가.

 

매우 놀랐고 정말 영광스럽다.

 

-수상소식을 어떻게 알게 됐나.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고 이 소식에 대해 말을 했다. 물론 놀랐다.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막 끝낸 참이었다. 한국 시간으로는 저녁 8시쯤이었고, 매우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정말 놀랐다.

 

-현재 서울의 자택에 있는 것인가.

 

지금 서울의 집에 있다.

 

-오늘 하루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오늘 일을 하지 않았다. 책을 조금 읽고 산책을 조금 했다. 매우 편안한 하루였다.

 

-수상소식에 아들의 반응은 어떤가.

 

아들 역시 놀랐다. 하지만 아직 이에 관해 얘기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다. 우리는 놀랐고, 그게 다다.

 

-노벨문학상 수상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영광스럽고 (노벨상 측의) 지지를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저 감사할 뿐이다.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데 이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난 어릴 때부터 번역서뿐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들을 읽으며 자랐다. 매우 가깝게 느끼고 있는 한국 문학과 함께 자랐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소식이 한국 문학 독자들과 내 친구 작가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기를 바란다.

 

-문학적 배경에서 자랐다고 했는데, 어떤 작가가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나.

 

내가 어릴 때 옛(old) 작가들은 집단적인(collective) 존재였고, 그들은 삶에서 의미를 찾고 때로는 길을 잃고 때로는 결연했다. 그들의 모든 노력과 힘이 내 영감이었다. 영감이 된 몇몇 이름을 고른다는 것은 어렵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스웨덴의 아동문학 작가)이 영감을 준 작가 중 한 명이었다고 말한 것을 읽었는데.

 

어렸을 때 그의 책 ‘사자왕 형제의 모험’(The Brothers Lionheart)을 매우 좋아했다. 그러나 그가 내 어린 시절에 영감을 준 유일한 작가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난 그 책을 인간이나 삶, 죽음에 관한 내 질문들과 결부 지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당신에 대해 알게 된 사람에게 어떤 책부터 읽으라고 제안하고 싶나.

 

모든 작가는 자신의 가장 최근 작품을 좋아한다. 내 가장 최근 작품인 ‘작별하지 않는다’가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에는 인간의 행동이 일부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 있다. 내게 매우 개인적인 작품인 ‘흰’도 (추천한다). 꽤 자전적이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도 있다. 그러나 ‘작별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

 

-국제 독자들에게는 ‘채식주의자’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작품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그 작품을 3년간 썼고, 그 3년은 내게 어떤 이유에서인지 꽤 힘든 시간이었다. 난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의 이미지를 찾고 나무 등 작품 속 이미지들을 찾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 같다.

 

-이 상을 어떻게 축하할 계획인가.

 

차를 마시고 싶다. 술을 마시지 않는다. 아들과 차를 마시면서 오늘 밤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