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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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배크만 “규정 준수하는 까칠하지만 따뜻한 오지랖, 우리 시대의 영웅”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아이패드가 뭔가. 컴퓨터인가, 아닌가. 어느 날 스웨덴의 한 애플 매장에서, 한 중년 남성이 젊은 점원과 언쟁을 벌이고 있었다. 컴퓨터를 사려고 가게를 찾은 남성은 아이패드라는 제품을 전혀 몰랐다. 그런데 점원이 아이패드를 추천하자 자신이 생각하는 컴퓨터와 차이를 묻고 따지다가 마침내 언쟁으로 비화했다. 남자는 정말로 화가 나 있었고, 상황은 정말 웃기게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이때 뒤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던 블로거 프레드릭 배크만은 남성과 점원 간의 언쟁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원래 사람들간 논쟁이나 다툼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한 그였다. 노상에서 싸움을 하거나, 자동차에서 내려 다투는 상황 역시. 어느 순간, 배크만은 생각이 떠올랐다. 두 사람의 언쟁 장면이 소설이 될 수도⋯.

 

문뜩 어떤 사람이 떠올랐다. 자전거를 잘못된 곳에 두면 시정을 요구하고, 아파트에서 잘못된 행동이 발생하면 금지를 요구하고, 일상생활을 시시콜콜 감시하고, 깨알 같은 규정을 잘 준수하는 까칠한 사람⋯. 생각해보면, 그는 이런 유형의 사람을 많이 만났다. 할아버지도 조금 그런 사람이었고.

 

잡지사 동료 요나스 크램비는 웹사이트에 ‘오베(Ove)’라는 남자가 미술관에서 티켓을 사다가 아내가 개입할 때까지 분노를 폭발하는 것을 본 이야기를 블로그 글로 썼다. 그런데 아내가 우연히 크램비의 블로그를 읽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이 삶이야말로 당신이 사는 삶이잖아!”

 

잡지사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던 2011년, 그는 오베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람들과 대화하는 게 능숙하지 않던 그는, 잡지에 자신의 짜증과 폭발에 대한 블로그를 쓰기 시작했다. 제목은 바로 “나는 오베라는 남자다(I Am a Man Called Ove)”. 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다. 그는 블로그를 계속 써나가면서 자신이 매력적인 허구의 캐릭터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오베라는 남자』(최민우 옮김, 다산책방)의 주인공, 그러니까 깨알 같은 규정에 집착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혼돈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자, 그럼에도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잃지 않는 ‘오지라퍼’ 오베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아마 그들이 옳으리라. 그는 그 점을 결코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가 ‘사회성이 없다’고도 했다. 오베는 이 말이 자기가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싹싹하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 관점에서라면 그는 그들에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제정신이 아니었다.”(56쪽)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59세의 아저씨 오베는, 주변 사람들에게 까칠하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생각하는 규정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면 버럭버럭 화를 내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다.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고 지지를 보내준 아내 소냐가 먼저 세상을 떠난 이후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죽기를 바라는 남자이기도 하다.

 

“오베는 그저 평화롭게 죽고 싶을 뿐이었다⋯. 그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장의사에게 돈도 냈고 교회 묘지에 묻힌 아내 옆에 자기 묏자리를 만드는 것에도 동의했다. 변호사를 불러 지시사항이 분명히 담긴 유언장도 썼다. 그걸 중요한 영수증과 집문서와 사브의 정비 내역과 함께 봉투에 넣었다. 봉투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뒀다. 청구서도 다 지불했다. 융자도 빚도 없고, 그가 가고 나서 이 집에 들어올 사람들은 따로 손볼 것이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컵들도 다 씻어놨고 신문 구독도 끊었다. 그는 준비가 됐다. 이제 원하는 거라고는 평화롭게 죽는 것뿐이라고, 차고 속 사브에 앉아 창문 너머로 정원을 바라보며 그는 생각했다. 머저리 같은 이웃들 방해만 피할 수 있다면 오늘 오후 안에 떠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71쪽)

 

그런데 죽기로 다짐할 때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 번번이 일어난다. 최근에 새로 이사를 온 이란인 여인 파르바네와, IT계열에서 일하는 그녀의 남편 ‘멀대’ 패트릭, 그들의 어린 두 딸들, 아내 소냐의 도움을 받기도 했던 과체중 청년 지미 등 ‘머저리 같은’ 별난 이웃들 때문이다.

 

오베는 새 이웃의 차를 고쳐주기도 하고, 눈더미에 묻힌 갈 곳 없는 고양이를 키우기도 하고, 기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우직하게 자신의 일을 하거나 남을 도우면서 죽음을 계속 뒤로 미루게 되는데. 이상한 이웃들 때문에 자살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오베,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전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닥쳐오고, 그는 마침내 영웅적 행동에 나서게 되는데.

 

소설 곳곳에선 유머와 코믹한 상황이 마치 좀비처럼 출몰한다. 유머와 단막극 같은 에피소드, 죽은 아내 소냐를 향한 사랑의 기억을 따라 느리게 가다보면 빵빵 터지던 웃음은 어느 새 감동의 눈물로. 소설 『오베라는 남자』는 2012년 출간된 이후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만 무려 84만부 넘게 팔렸고, 전 세계 25개국에서 번역 출간돼 280만부가 판매됐다. 특히 미국에선 77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2016년 스웨덴에서 영화로 제작됐고, 2023년 할리우드에서도 톰 행크스 주연으로 「오토라는 남자」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됐다. 그 동안 알려진 ‘스칸디나비아 르와르’와는 완전히 다른 또하나의 작품 세계가 당도한 순간이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사람들은 왜 고집불통의 괴팍한 중년 남성 오베라는 인물에 열광하는 것일까. 작가의 여로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스웨덴의 젊은 작가 배크만을 올해 서울국제작가축제 참석을 위해 방한한 지난 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만났다.

 

―오베라는 남자는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인가.

 

“아이디어를 오래 품고 있었다. 오베는 규정에 집착하는 인물로, 사람들이 규정을 지키지 않으면 아나키가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는 앞으로 나가는 자동차 엔진을 좋아한다. 아나키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는 아티스트처럼 기분 내키는 대로 할 수 없고 체제를 따라야 한다. 오베는 소설 말미에서, 굳이 우주에 나가 외계인과 싸우지 않더라도, 영웅이라고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현대사회를 자신의 적으로 상정한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이지만, 그는 일종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 오베가 독자에게 큰 공감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해외에서 이렇게 인기를 끌 줄 알았다면 주인공 이름을 오베라고 짓지 않았을 것이다. 오베라는 이름은 스웨덴에서만 흔한 그 세대의 이름이다(웃음). 한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왜 그렇게 많이 읽혔는지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사실 스웨덴에선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오베가 너무 스칸디나비아적인 캐릭터이고, 성격이나 유머를 다른 문화권에서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그런데 번역되고 나서 반응이 아주 뜨거웠다. 서른 살 전후 『오베라는 남자』를 썼을 때 사람들은 묻더라. 왜 제 나이보다 두 배나 나이가 많은 남자를 상정했느냐고. 당시 나이 차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대신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 저와 오베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공통점이었다. 저는 어려서 친구가 거의 없고 늘 외로움에 시달려 왔는데, 이런 지점을 녹여내고 설명하려 했다. 저는 또 ‘이상한 사람’에 관심을 가져왔다. 정상적인 사람에는 관심이 없다.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 다른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에 관심이 있다. 저는 그 지점에서 글을 쓴다. 독자가 뭘 좋아할지 저는 잘 모르고, 다만 제가 좋아한 것을 좋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소설 속에 이웃 가운데 이란에서 온 이주민 파르바네도 나온다.

 

“제 베스트 프렌드는 동유럽에서 왔다. 동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런 점에서 혜택을 받았다. 소설을 읽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허물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이들도 그런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 다만, 저는 정치적 의미나 더 나은 사회를 위해서 글을 쓰려고 하진 않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책 곳곳에서 코믹한 상황이, 많은 문장에서 유머가 분출한다.

 

“어렸을 때 코미디를 좋아했다. 코미디언이 관객을 속여 웃게 하는, 펀치 라인을 예상하지 않는 곳에서 웃게 만드는 게 재미있었다. 저는 베이붐 세대인 아버지와 많은 대화를 하진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와 함께 말없이 텔레비전을 보면서 같이 웃으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되더라. 아, 아빠가 비슷한 타임에 웃고 있구나. 누군가 웃음을 선사한다면 즉시 좋아하게 된다. 유머가 유대나 연대의 중요한 매개체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방어기제가 있다. 저의 경우 유머나 조크를 사용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복합적인 감정을 경험할 때 코미디를 찾고 농담을 하려 한다. 코믹 SF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쓴 영국 작가 더글러스 애덤스를 좋아했다. 유머가 있는 그의 책을 읽고 충격을 받았다. 말도 안 되게 재미있는데, 어떻게 출판을 한 것일까. 성인 작가 맞나. 출판사에서 막지 않았을까. 이렇게 재미있는 책을 출판하고 돈까지 벌다니. 애덤스를 통해 깨닫고 배웠다. 심각하게 쓸 필요가 없구나. 어른스럽게 생각할 필요도 없고, 농담과 조크를 하면서 밥벌이를 할 수도 있구나, 라고.”

 

글쓰기에 흥미를 가진 청년 배크만은 대학 창작 과정이나 워크숍 등을 통해 등단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좌절했다. 대학을 중퇴한 그는 한동안 식품 창고에서 지게차 운전사로 일하면서 밤과 주말을 교대로 일하면서 주로 낮에 글을 썼다. 그는 글쓰기를 좋아했기에 잡지사 등에 무료로 글을 써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점점 글쓰기에 능숙해지는 등 그의 노력은 조금씩 대가를 받기 시작하는데.

 

동료 블로그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블로그에 오베라는 남자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논픽션으로 썼다. 많은 독자들이 ‘오베’라는 캐릭터에 반해서 이야기를 더 써볼 것을 권했고, 그는 약 1년에 걸려서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완성할 수 있었다.

 

“우리는 당신의 소설을 좋아하고 당신의 글이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상업적 잠재력은 보이지 않습니다.” 한 출판사는 이런 내용과 함께 거절 의사를 밝혀왔다. 출판사들은 그의 원고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고, 일부 출판사는 분명히 거절했다. 몇 번의 거절을 겪은 뒤, 그는 심술궂은 59세 스웨덴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시장성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진=한국문학번역원 제공

곧 장편소설 원고를 옆으로 치워두고 대신 육아의 어려움을 담은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두 번째 책을 모두 마쳤을 때에야, 한 출판사로부터 소설 출간 제안이 들어왔다. 그는 책 두 권 모두를 사야 한다고 주장했고, 결국 같은 날 소설과 육아기를 동시에 출간했다. 세계적 작가 배크만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1981년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태어난 프레드릭 배크만(Fredrik Backman)은 2012년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발표하면서 데뷔했다. 그는 이후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베어타운』, 『일생일대의 거래』, 『우리와 당신들』, 『불안한 사람들』, 『위너』 등을 차례로 발표했다. 많은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전 세계에서 1500만 부 이상 판매됐다.

 

―그 동안 작품 배경은 주로 작은 마을이나 공동체였다.

 

“저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고, 작은 마을, 작은 세계를 배경으로 소설을 쓰는 것 같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해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 같다. 작은 우주부터 세팅해놓는 게 도움이 된다. 이제 작은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스톡홀름은 큰 도시이다. 지금은 대도시의 익명성을 좋아한다. 음식점에 가면 아무도 알아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주문을 할 때 제발 받아줘, 하고 부탁할 정도로 잊어줬으면 좋겠다. 이상적인 삶으로 혼자 사무실에서 글을 쓰고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혼자이길 바란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면 아내와 아이들이 있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균형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첫 작품 『오베라는 남자』가 계속 언급돼 작가로서 부담감이 많을 텐데.

 

“만약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처음에 미슐랭 스타 세 개를 받으면 최악일 것이다. 노력하겠지만, 앞으로 내리막만 있고 목표로 할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저 역시 비슷한 심정이었다. 부담감은 분명히 있었다. 실망시키지 않을까. 과연 반응이 좋을까. 의구심이 커졌다. 그래서 다른 시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스토리가 성공하면 완전히 다른 길로 나가서 다른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 작가로서 경력이 다양했으면 좋겠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의 경우 제 에이전트가 절대 출간하면 안된다고 말리더라. 상상의 동물이 많이 나오고 전래동화나 아동문학 같은 내용도 나왔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출판사가 기대하고 요구하는 대로 차기작을 썼다면 작가로서의 성장은 거기에서 멈췄을 것이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계속 새롭게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열 개 있더라도 결국은 하나를 쓰게 된다. 관객이 원하는 책을 쓴다고 하더라도 결말까지 완결성 있게 쓰기 어렵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작품만 쓰게 된다. 『오베라는 남자』를 처음 쓸 때 돈을 벌기 위해 쓴 게 아니라 쓰고 싶어서 썼다. 로또 맞듯 된 것이다.”

 

―작가로의 여정은 어떠했는지.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하고 더 나은 작가가 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전기공이나 목수, 회화 작가처럼 하는 일을 더 잘하려고 한다. 평상시 끌리지 않는 책도 읽고 다독하려 한다. 특히 편안한 상황을 오히려 무섭게 생각하고, 불편한 상황에 몰아넣으려고 노력한다. 저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에 서툴러서 불편할 때가 많다. 집에만 틀어박혀 있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고 싶어서 작가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북 투어 같은 이벤트는 사회성 기르는 시간이다. 6개월 한 번 정도. 하지만 이 같은 작가축제 같은 경험을 통해 더 나은 작가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 제가 창피하게 여길 만 한 것이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생길 수 있고, 불안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험과 상황을 통해서 어떤 일이나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집필을 한다.”

 

일찍 사무실에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집으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쓴다. 중간에 음악도 듣고, 종종 게임도 하기도 한다. 오후 늦게 아이들을 픽업해 집으로 데려오고 저녁을 차려준다. 귀가한 아내와 아이들이 꿈나라로 가면, 배크만은 다시 글의 세계로, 상상의 세계로 들어선다. 그곳에선 죽음을 완고하게 의식하면서 오히려 삶을 더 충실하게 살고 있는 오베도⋯.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종종 죽음은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436쪽)

 

*참고문헌

 

―Alexandra Alter(2016.10.28), The Man Behind ‘A Man Called Ove,’ Sweden’s Latest Hit Novel,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6/10/29/books/a―man―called―ove―fredrik―backman―sweden―success.html.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