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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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한강이 골라 준 책 읽는 즐거움에 폭 빠졌죠"

부친 한승원 작가, 작업실서 '책 선물·손 편지' 소개

"생일이건, 어버이날이건 항상 손편지와 책 2권을 선물받았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부친이자 한국문학의 거장인 한승원(85) 작가가 11일 오후 전남 장흥에 있는 자신의 작업실(해산토굴)을 공개하며 딸 한강이 매년 보내온 책들과 직접 쓴 손 편지와 메모를 소개했다.

11일 오전 전남 장흥군 안양면 해산토굴(한승원문학관) 작업실에 노벨상 소설가 한강이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보낸 자필 편지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부친에 이어 소설가의 길을 걷는 딸이기에 매년 어버이날이나 생일, 명절이 되면 요란한 선물 대신 안부를 묻는 손편지와 함께 책을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딸에게서 받은 책들은 '월든' 같은 유명 고전부터 단편 소설까지 수십권에 달했지만, 자연환경을 소재로 한 서적들도 많았다.

한 작가는 그중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으로 로빈 윌 키머러의 '이끼와 함께'를 꼽았다.

인디언의 후손이자 여성 생태학자인 작가의 작품으로, 섬세한 시적 감성으로 이끼의 삶을 풀어낸 자연 에세이다.

한 작가는 "이끼와 풀의 이야기를 문학적으로 잘 담아내 재미있게 읽었다"며 "아버지인 나를 닮아서 그런지 딸도 자연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한강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밀하게 묘사한 메리 올리버의 '긴 호흡'을 아버지에게 보내며 편지에 "이 책을 읽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어린 딸이 나를 따라 책을 읽었던 게 불과 몇 년 전 같은데 이제는 딸이 골라준 책을 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며 "소설가 부녀가 나눌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인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작가는 1968년 등단해 장편소설 '아제아제 바라아제', '초의', '달개비꽃 엄마', 소설집 '새터말 사람들', 시집 '열애일기', '달 긷는 집' 등을 펴냈다.

2000년대 초반 고향인 전남 장흥에 내려와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하며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부녀는 이상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진기록의 주인공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