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1일 남한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진입해 대북전단(삐라)을 살포했다고 주장하면서 ‘보복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위협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외무성 중대성명”을 통해 “한국은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反)공화국 정치 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어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이번 도발 행위를 더 이상 설명할 여지도, 필요도 없이 응당 자위권에 따라 보복을 가해야 할 중대한 정치·군사적 도발로 간주한다”며 “대한민국이 또다시 무인기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령공에 침범시키는 도발행위를 감행할 때에는 즉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합참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은 비열하고 저급하며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오물 및 쓰레기 풍선 부양 등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에 있다”며 “만약 어떤 형태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하고 처절하게 응징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보복 조치’ 운운하며 강경대응에 나선 것은 차기 도발을 위한 ‘자작극’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국내 민간단체가 무인기를 띄웠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휴전선 일대 군 정찰·감시자산이 민간 무인기를 3일간이나 놓쳤을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했다고 북한이 주장하는 9일과 10일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 기간이어서 군이 작전을 펼칠 가능성이 작다”며 “북한이 도발을 위해 명분 쌓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정부는 11월 미국 대선을 계기로 북한이 핵실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북한의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대사는 지난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의 새 행정부가 출범한 직후 7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6일 국회 정보위에서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할 가능성이 있지만, ICBM·인공위성 발사 등 다양한 군사적 도발 수단이 있어서 미국 대선 이전보다는 이후가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사이에서도 한반도 위기론이 부쩍 대두하고 있다. 로버트 매닝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또 다른 한국전쟁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현지시간 7일 게재)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북한이 핵무력을 앞세워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매닝은 기고문에서 “지난 30년 동안 미 정부 안팎에서 북핵 문제를 다뤄왔지만, 한반도는 1950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고 불안정해 보인다”며 “(전쟁이) 조만간 일어날 것으론 보이지 않지만, 북한이 향후 6~18개월 사이 극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