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방송에 9년간 출연한 아나운서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한 한국교육방송(EBS)의 조치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항소심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배상원 최다은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EBS가 중노위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 2심에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2년부터 4월부터 매주 월∼금요일 방송하는 EBS 저녁뉴스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근무했다. 계약서 없이 8년간 일하던 A씨는 2020년 3월에야 출연계약서를 처음 썼고, EBS는 이 계약서에 명시된 날짜를 근거로 2021년 8월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A씨는 "EBS 측의 계약종료는 서면 통보 의무를 지키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 이듬해인 2022년 인용됐다. EBS는 재심을 청구했으나 중노위가 이를 기각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EBS는 소송에서 "A씨에 대한 업무 수행 과정에서 별다른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며 "A씨의 메이크업 등에 일부 관여한 것은 공영방송으로서 공공성에 부합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A씨가 EBS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취지에서다.
또 "(사측은) A씨의 근무 장소·시간을 지정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고, 참가인에게 업무상 편의를 위해 정규직원과 달리 공용좌석과 인트라넷 계정만 제한적으로 부여했을 뿐"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A씨가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해도 2021년을 계약 만료 시점으로 정한 만큼 출연계약 종료는 정당하다"고도 했다.
1심은 A씨가 처음 일한 후 2년이 지난 2014년 2월부터 무기 계약직으로 간주되며, 2020년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불안정한 지위인 유기 계약직으로 전환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EBS는 A씨에게 업무 수행과 관련해 지휘·감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뉴스 진행 시간을 지정하며 '클로징 멘트를 하지 말아라', '시스루 의상을 입지 말아라'는 등 매우 구체적인 지시를 했다는 점에서 인정되지 않았다.
A씨가 겸직을 했다고도 EBS는 항변했지만, 상당수는 EBS 측의 요구에 따른 각종 행사 진행 업무였고 나머지는 뉴스 진행 업무에 지장이 없는 사생활의 영역이었을 뿐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BS는 1심 판단에도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법원도 같은 판단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1심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추가로 제출된 증거를 포함해 살펴보더라도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1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