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89만원으로 인상한 가운데, 국내외 기관투자자 전체와 개인 대부분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에 응했을 때 세금 효과 측면에서 더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이 기존 대비 6만원 오르고 최대 매입수량도 20%로 늘면서 사실상 공개매수에 응할 수 있는 유통물량 전부를 흡수할 수 있게 됐다.
12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많은 세후입금액을 받는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면 배당소득세,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면 양도소득세(250만원 공제)가 발생하지만 공개매수 가격 차이로 고려아연이 더 유리해졌다는 설명이다. 자기주식 공개매수에는 증권거래세가 붙지 않는다.
금융소득 2000만원 이하 개인투자자 가운데 ▲주당 평균 매입단가 48만2000원 이상이며 보유 주식 6주 미만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48만2000원 이상이며 보유주식 6주 이상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48만2000원 미만이며 보유주식 6주 이상인 개인투자자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을 넣는 게 더 유리하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유리한 경우는 ▲주당 평균 매입단가가 48만2000원 미만이며 보유 주식이 6주 미만인 개인투자자뿐이다. 하지만 최근 한 달간 고려아연 주가가 60만~80만원을 오르내린 점을 고려하면, 이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개인투자자는 극소수일 것으로 보인다.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양도소득기본공제 250만원이 발생하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격 인상으로 사실상 개미투자자 대부분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해졌다.
또 금융소득 2000만원 초과 개인투자자 대부분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많은 세후입금액을 받는다. 슈퍼개미로 분류되는, 고려아연 주식 200주를 보유하고 종합소득세 한계세율이 44%인 개인투자자는 평균 매입단가가 41만원 이상이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이득이다.
고려아연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청약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먼저 국내 기관투자자(내국법인)는 배당소득과 양도소득 모두 법인세법상 익금(세법에서 판단하는 이익)이기 때문에 동일 세율이 적용된다.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이 89만원으로 MBK파트너스 공개매수 가격보다 6만원 더 많기 때문에 세후입금액에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더 이득이다.
해외 기관투자자도 마찬가지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 해외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미국과 영국 등 법인세율 15% 이상 국가에 본사를 두고 있다. 이 국가들은 이중과세 조정을 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납부한 세금은 본국 법인세 산정 때 공제한다. 한국에서 1억원을 벌고 15%의 원천징수세(1500만원)를 냈다면 본국에서는 이를 제외하고 법인세를 납부한다. 본국 법인세율이 20%라면 500만원만 납부한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미국과 영국 등에 본사를 둔 해외 기관투자자는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가 높기 때문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설명이다.
법인세율이 15% 미만인 저세율 국가, 법인세율이 0%인 국가에 본사를 둔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가 더 이득인 것으로 분석됐다. 극히 예외적인 사례는 고려아연 주식의 평균 취득단가가 21만원 이하인 경우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고려아연 주가가 40만원을 상회했고 최근에는 80만원까지 육박한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건에 해당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극히 예외적인 사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해외 기관투자자들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양측 공개매수 가격이 확정됐기 때문에 세금효과에 대한 정확한 비교가 중요하다”며 “당사의 공개매수가격 인상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 전체와 개인 대부분은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과 가격, 물량, 명분 등 모든 면에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주주와 투자자에게 의미가 있다”며 “적대적 M&A로부터 회사를 보호하고 시장혼란을 바로잡는 한편 국가기간산업 발전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