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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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당선 무효형 땐 하야” 헌재 헌법 84조 해석 일리 있다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이 엊그제 대통령 임기 중 법원에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면 직(職)을 상실하는지에 대해 “법률 효과상으로는 그렇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헌재 국정감사 도중 나온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다. 김 처장은 이날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이 질의 도중 “만약에 이분(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 결과에 따라서 임무 수행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예견된다”고 지적한 것에 대해 ‘그렇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 대표처럼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임기 중 재판은 계속돼야 하고, 당선 무효형이 확정되는 경우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 헌재도 무게를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지닌 최고 사법기관의 견해인 만큼 법조계와 법학계는 물론 정치권도 이를 존중함이 마땅하다.

헌법에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제84조)라는 규정이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민주당은 ‘소추’(訴追)에는 수사, 기소 외에 재판까지 포함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대장동 사건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재판이 중단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일부 법학자 및 법조인도 민주당을 거들었다. 하지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은 소추와 재판은 다르다며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재판은 계속된다”고 반박했다. 소추가 재판 이전 단계를 뜻하는 법률 용어인 만큼 둘은 분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하겠다.

헌법 제84조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은 ‘사법 리스크’를 떠안은 이의 대권 도전이 얼마나 무모하고 국익을 저해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이 대표가 받는 재판들 가운데 위증교사와 선거법 위반 혐의는 다음 달 1심 선고가 내려진다. 대장동 개발 등 다른 사건들은 언제 판결이 날지 예측조차 힘들다. 이 대표는 엊그제 대장동 사건 공판에 피고인으로 나가야 했으나 재판부에 사유서도 내지 않고 불출석했다.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키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대한민국 헌정사상 유례없는 혼란을 일으키는 것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원이 이 대표 재판에 속도를 내 2027년 3월 대선 이전에 확정판결을 내놓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