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유난영 김포시 가족문화과 반려문화팀장 “반려동물 보살핌은 복지 분야로 봐야” [차 한잔 나누며]

지자체 최초 반려동물 공공의료
김포시, 진료센터 6월에 문 열어
“한 공간서 함께 지내는 동물들
가축 아닌 위로가 돼 주는 존재”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은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다변화된 사회의 요구상이라고 봅니다. 정책도 이에 발맞추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경기 김포시는 지난 6월 말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 반려동물에 대한 공공의료서비스를 시작했다. 그 결실인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 실무 책임자인 유난영 김포시 가족문화과 반려문화팀장은 센터 운용에 대해 “동물을 인간처럼 대하고 보살피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난영 경기 김포시 반려문화팀장이 11일 운양역 인근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서 이뤄진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증가 추세의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 변화 및 공공진료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반려동물 진료센터는 공공 영역에서 지속적 질병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김포시민들은 센터에서 무료로 반려동물의 기초상담 및 진찰을 받을 수 있다. ‘댕댕이’와 ‘냥냥이’에 대한 처치나 수술이 필요할 경우 센터는 원하는 지역의 동물병원을 안내한다. 내장칩 등록과 광견병 예방접종, 엑스(X)레이 촬영, 전혈구 검사는 유료로 받을 수 있다. 취약계층과 65세 이상 1인가구에게는 해당 항목들이 무료로 제공된다.

이달 11일 김포골드라인 운양역 인근에 위치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에서 만난 유 팀장은 “반려문화를 복지분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2년 말 기준 국내의 반려인은 1262만명 552만가구이다. 급증하는 반려인구와 함께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표방한 김병수 김포시장의 공약에 따라 지자체 중에서는 처음 공공진료센터를 개소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유 팀장은 “한 공간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동물은 더 이상 가축이나 애완이 아닌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가 돼 주는 존재”라며 “김포시가 다른 도시들보다 한 발 빠르게 ‘공공형 진료소’ 검토와 함께 사업을 추진해온 배경”이라고 말했다.

물론 센터가 올해 6월24일 개소식을 갖기 전 우여곡절은 많았다. 일단 수의업계가 민간의 영업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반발하고 나섰다. 유 팀장은 “전례가 없던 탓에 벌어진 불가피한 마찰이었다”며 “서로 영역을 이해하고 적응해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수의업계와의 갈등은 여전하다고 전한 유 팀장은 “최종 치료보다는 사전 진단에 초점이 맞춰진 센터 역할을 지속적으로 이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센터에는 기존 동물병원 운영 경험이 있는 수의사 한 명이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상주한다.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지만 예약이 원칙이다. 목요일은 직장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야간진료를 실시한다.

‘왜 세금을 동물들한테 쓰느냐’는 일부 시민들의 비판도 당국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유 팀장은 “모든 시민들이 행정의 수혜자가 될 수는 없다. ‘나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관점이 있다고 해서 세금이 허투루 쓰이는 게 아니다. 필요한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려가구에 대한 의료비 부담 완화는 유기·유실동물 감소 및 이들의 처리에 드는 사회적 비용까지 대폭 줄일 것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3개월여간의 센터 운영은 일단 합격점이다. 센터가 지난 7월5일∼8월24일 센터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유용성과 시설 편의성, 서비스 안내도 등 6개 항목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4.8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응답자는 “시에서 이런 시설을 운영하는 게 놀랍다. 반려인으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적었다. 벌써부터 진료 항목 확대를 놓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유 팀장은 “반려동물의 건강 증진부터 행동교정 및 보호자 교육을 관장하는 복지 거점센터로 나아갈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 모두가 갈등 없이 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는 성숙한 반려문화 조성에 힘쓰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포=글·사진 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