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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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집배원 3대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우정만리’ 18일 국립극장서 개막

근현대사 폭풍 속 대한민국 100년을 헤쳐나간 우편집배원 3대 이야기를 담은 연극 ‘우정만리’가 오는 18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4-2025 레퍼토리 시즌’ 공연으로 막을 올린다.

 

‘우정만리’는 얘기씨어터컴퍼니의 창작극으로, 지난 2021년 경기문화재단의 문화예술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되어 ‘벙거지꾼 계동이’라는 제목으로 초연했고,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에 선정돼 성황리에 공연된 바 있다.

 

과거 벙거지꾼이었던 동료들이 계동의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얘기씨어터컴퍼니 제공

모두 3부작으로 기획된 연극 '우정만리'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이번 공연은, 초기의 우편배달부인 벙거지꾼 '김계동'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은 대를 이어 체신국 관리자가 된 계동의 아들 '수혁'과 우편집배원이 된 계동의 손녀 '혜주'의 시선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100여 년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펼쳐나간다.

 

정년퇴직을 앞둔 집배원 ‘혜주’는 우편물 배송을 마친 후 가방 속에서 오래된 편지 한 통을 발견한다. 발신인에 할아버지 함자 ‘김계동’, 수신인에 아버지 함자 ‘김수혁’이 기재된 편지. 의아한 마음에 주소지로 찾아가 보지만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

 

극의 시간은 과거로 흘러 1930년. 20살의 수혁은 벙거지꾼(집배원의 옛 이름)인 아버지 계동의 권유로 체신이원양성소에 다니고 있다. 일제치하의 삼엄한 시대 속에서 양성소에서 쫓겨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간 우편 관리 현장 탐방을 겪으며 수혁은 벙거지꾼으로서의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계동이 수혁에게 쓴, 장난 섞인 암호 편지 한 통이 독립군의 작전 암호편지라는 오해를 받게 되고 순사들에게 끌려가 큰 고초를 겪고 목숨이 위태로워 진다.

 

친구 정혁으로부터 정혁의 애인 나오코를 소개받으려 대불호텔에 온 수혁  얘기씨어터컴퍼니 제공 

작가 이대영은 “연극 '우정만리'는 백여 년 전 일제치하를 살아온 집배원 3대 가족의 이야기이다. 이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삶을 통해 사랑과 결혼, 독립운동과 해방, 6·25 전쟁에 따른 동족상잔의 비극, 종전 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격동의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접한 이들의 이야기를 글에 녹여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초기의 집배원인 벙거지꾼 '김계동' 역에 관록의 배우 이일섭이 출연하여 호연을 펼친다. 독립군 대장 역으로 배우 정운봉, 국밥집 주인 역으로 배우 권혁풍, 교장 역으로 배우 강성해, 계동의 아내 이순례 역으로 배우 한록수, 수사관 역으로 배우 이계영이 출연하여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인다. 계동의 아들이자 체신관리자인 '김수혁' 역에 배우 최우성, 수혁의 딸이자 집배원인 '김혜주' 역에 배우 류진현이 출연하여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우편관리현장 탐방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온 아들 수혁에게 술 한 잔을 건네는 계동  얘기씨어터컴퍼니 제공

공연의 제작을 맡은 얘기씨어터컴퍼니는 1999년 경기도 부천에서 극단 열무로 창단한 이래 올해로 창단 25주년을 맞이한 극단으로, 2015년 하우고개에 얽힌 이야기 '하우하우'로 경기도 연극제 대상과 전국 연극제 금상을 받은 바 있다.


얘기씨어터컴퍼니 대표이자 공연 연출을 맡은 김예기 대표는 “일제치하를 경험한 이 시기는 당사자든, 그 이후 세대든 영원히 숙제로 남겨질 수밖에 없고, 또 직, 간접적으로 지워지지 않는 짙은 생채기일 것이다. 그 암울하고 처참했을 세상에 살던 힘없던 우리 조상들에게도 실낱같은 희망은 존재했고 그 힘으로 그들의 삶은 영위되었을 것이다. 독립운동에 적극적이었든 아니었든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영위한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편지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