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수시모집 논술시험에서 시험지 배부 실수로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입시 커뮤니티 등에선 재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 측은 문제지가 미리 배부된 것은 맞지만, 해당 논란이 사실이 아니며 재시험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연세대 등에 따르면 전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2025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에서 시험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교부되는 일이 발생했다.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한 고사장에선 그보다 앞선 낮 12시55분쯤 수험생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준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은 이날 감독위원 대면조사를 통해 당시 감독위원이 시험시간을 오후 1시로 착각해 문제지를 미리 나눠준 것으로 파악했다. 대학 측에 따르면 해당 감독위원은 수험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한 뒤 문제지와 답안지를 배부했고 10∼15분이 지나 실수를 인지한 뒤 회수했다고 진술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수거하기 전에 시험지가 배부되면서 문제가 유출됐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커뮤니티에는 단답형 1번에 나온 도형을 언급하는 글이 게시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개로 해당 논술시험 중 4-2번 문항에서는 기호 ‘b’가 ‘a’로 잘못 표기돼 학교 측이 시험 종료 30분 전에 이를 공지하고 시험시간을 20분 연장하는 일도 있었다.
현재 입시 관련 커뮤니티 등에선 시험이 공정하지 않았다는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불만과 함께 재시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학 관계자는 “커뮤니티에 올라온 내용 등을 취합해 확인했을 때 문제 속 도형 등에 관한 언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문제는 도형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었다”며 “현재까지 문제 전체가 유출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험지 배부 실수와 관련해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부분을 인정하고 본부와 적극적 조처를 논의할 것”이라면서도 “재시험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학 입학처도 이날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언론에 보도된 문제 유출 의혹을 부인했다. 입학처는 문제지가 실수로 배부된 뒤 회수될 때까지 연습지로 가려져 있었으며 학생들이 문제를 직접 온라인으로 공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시험 시작 전, 또는 시험 도중 촬영된 것처럼 인터넷에서 공유된 문제지는 시험 종료 이후 불법적으로 촬영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시험 시작 전 감독관이 문제지의 매수, 파본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부 학생이 문제지 속 도형을 봤다는 주장에 대해선 "시험 시작 전 문제지가 배부된 사안과 무관한 부분이며 사실상 그 도형이 있다는 인상을 인지하였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파악할 수 없으므로 공정성을 해치는 정보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입학처는 “문제지가 사전에 직접 유출되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논술시험의 공정성을 훼손시킬 만한 행위는 파악되지 않았다”며 “개인 감독관의 실수로 초래된 사건이지만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현 단계에서 파악하지 못한 입시의 공정성을 해치는 일이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경찰 등 사법당국에 조사를 의뢰하여 한 치의 의혹도 없게 하겠다”며 “부정한 사실이 발견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논술시험은 기본적으로 학교 자율로 실시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학교 측의 사실관계·조치 등을 파악한 뒤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