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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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남북한 경제발전차, 제도의 역할 보여주는 사례”

국가 간 경제발전에 차이를 가져온 정치·경제적 제도 요인을 연구한 공로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경제학자들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바람직한 제도에 기반해 이뤄낸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한목소리로 평가했다. 다만 대기업 집중과 고령화를 한국 경제가 직면한 어려운 과제로 진단했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오른쪽 아래), 사이먼 존슨(왼쪽 아래)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14일(현지시간)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14일(현지시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대학 측이 주최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 방향에 대한 질의에 “남북한은 제도의 역할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북한은 분단되기 이전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서로 다른 제도 속에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 격차가 열 배 이상으로 벌어진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해선 “매우 어려웠지만, 한국은 민주화 이후 성장 속도를 더 높였고 성장 방식도 더 건강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이날 아제모을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 3인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로빈슨 교수는 아제모을루 교수와의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국가의 번영과 빈곤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제도를 지목하고 한국을 주요 연구사례로 소개한 바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사이먼 존슨 MIT 교수 역시 아제모을루 교수와 함께 한 공동 회견에서 자신의 배우자가 한국계라고 소개한 뒤 “쉬운 여정이 아니었고 오늘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경제는 훨씬 나은 상태이며 다른 나라들이 이룬 것에 비해 놀라운 성취를 이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우리가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지향하게 만들어야 할 방향이라 생각한다”라고도 언급했다.

 

다만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와 인구 고령화는 과제로 지적됐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한국은 여전히 대기업에 의해 지배되고 있으며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며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국가들은 많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할 것이며 새로운 생각 및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경쟁 압력을 통해 도전에 대처하는 게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제모을루 교수는 “북한에 대해선 큰 희망을 갖고 있지 않다. 북한 시스템은 현시점에서 여전히 굳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