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일 서울 구로구청장이 15일 전격 사퇴했다. 자신이 운영해온 회사의 170억원 상당 주식 백지신탁과 관련된 행정소송 1·2심에서 연달아 패소하자 구청장직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이날 문 구청장이 발표한 사퇴문에 따르면 그는 “구청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구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매우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구청장은 “구로구정을 이끌었던 지난 2년3개월은 지금까지 살아온 일생 중 가장 열정적이고 보람찬 시간이었다”며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오직 구로구를 바꿔야 한다는 일념으로 제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 구청장은 “최근 법원에서는 제가 주주로 있었던 기업과 구청장의 직무 사이에 업무 연관성이 있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며 “이 같은 법원의 결정은 그간 사심 없이 공명정대하게 구정을 수행해 온 저로서는 매우 아쉽고 가슴 아픈 결정”이라고 사퇴 이유를 설명했다.
문엔지니어링은 문 구청장이 구로구 G밸리에서 오랫동안 운영하며 키워온 회사다.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는 지난해 3월 문엔지니어링 주식이 공직자 업무와 상충하는 면이 있다고 보고 문 구청장이 보유한 주식을 백지신탁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문 구청장은 “직무 관련성이 없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회사 정관을 변경하고 본점을 구로가 아닌 금천구로 이전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러나 1·2심에서 모두 패소하자 문 구청장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직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사적 이해 충돌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직무수행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를 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문 구청장은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민선 8기 구로구청장에 당선됐다. 문 구청장은 이날 구의회 의장에게 사임통지서를 제출했다. 구로구청장 보궐선거는 내년 4월 실시될 예정이다. 선거법 35조 2항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의 보궐선거 중 전년도 9월부터 2월 말까지 실시 사유가 있을 경우 4월 첫 번째 수요일에 선거를 치른다. 이에 따라 내년 4월 첫 수요일인 2일이 보궐선거일이 된다. 그때까진 엄의식 부구청장이 구청장 권한대행을 맡아 구정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