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 구글이 원전 기업과 직접 계약을 맺은 건 처음이다. AI 열풍에 따른 전력 수요가 늘며 빅테크(거대기술) 기업들이 원전 계약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글은 미국 SMR 기업인 카이로스파워와 계약을 맺고, 카이로스파워가 건설하는 원자로에서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구글은 카이로스가 가동하는 7기의 원자로에서 총 500㎿(메가와트)의 전력을 구매해 2030년 말까지 공급 받을 예정이다. 500㎿ 규모의 발전량은 중형 도시 또는 AI 데이터센터 캠퍼스 한 곳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카이로스는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첫 원자로를 가동하고, 2035년까지 추가 배치에 나설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주에 본사를 둔 카이로스파워는 물이 아닌 용융염 플루오린화염으로 냉각하는 원자로를 개발한 기업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50㎿ 규모의 시범 원자로 ‘헤르메스’를 건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카이로스파워의 헤르메스 프로젝트에 약 3억달러(약 4084억5000만원)를 투자하고 있기도 하다.
마이크 테렐 구글 에너지 및 기후 담당 수석 이사는 이번 계약에 대해 “AI 기술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전력원이 필요하다”며 “이번 계약은 에너지 수요를 안정적으로 충족하고 모든 사람이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가속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2030년까지 넷제로(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AI 개발 등으로 많은 양의 전력을 사용하면서 탄소배출 저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7월 구글은 2024 환경보고서에서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이 약 50%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 외에도 AI 개발에 나선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 공급을 위해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전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면서도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MS는 미국 원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계약을 맺고 미국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하기로 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자회사 AWS 또한 지난 3월 원전으로 가동하는 데이터센터를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