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했다. 11일 ‘평양 무인기 침투’ 주장을 제기한 이후 지속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온 북한이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이어진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물을 파괴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낮 12시쯤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북쪽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시작돼 남북화해 협력의 상징 사업으로 평가받아 왔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분단된 한반도에서 거의 반세기 만에 남과 북을 연결했지만, 이번 북한의 육로 단절조치로 또다시 끊어지게 됐다.
우리 군 당국은 전방지역에 설치된 각종 감시장비 등을 활용해 북한군의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추적해왔으며, 이날 오전 이른 시간에 인근 지역에 있는 장병들에 대한 안전조치를 실시했다. 북한군의 폭파 작업 직후에는 경의선·동해선 일대에서 K-4 고속유탄기관총과 K-6 중기관총 수십발을 MDL 남쪽에 발사해 대응사격했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9일 보도문에서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은 유엔사에 보낸 통지문을 통해서도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며 폭파 작업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후 경의선·동해선 MDL 북쪽 10m 지점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병력과 장비를 동원해 폭파 작업을 준비해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4일 국방·안전협의회를 소집해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북한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한 지 사흘 만에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이번 사건을 엄중히 다룬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담화에서 한국군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며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해당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4년 전 대북전단을 이유로 남북 간 합의하에 1년 넘게 운영해왔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폭파했던 행태를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며 “남북철도 도로 폭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